계엄 당일에도 ‘롯데리아 회동’…노상원, 전직 헌병 대령 불렀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앞두고 노상원 전 정보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안산의 한 햄버거집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를 앞두고 노상원 전 정보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안산의 한 햄버거집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뉴스1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이어 전역한 또 다른 민간인이 12·3 비상계엄 논의에 추가로 가담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그 역시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불명예 전역한 전직 헌병 대령으로 파악됐다. 퇴역한 선배 군인들이 비상계엄을 기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62·육사 41기)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3일 오후에도 김모(62·학군 24기) 전 육군 헌병 대령 등 전·현직 군 관계자 3명과 만나 회동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수단은 회동 참석자 중 한 명인 김 전 대령을 내란실행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회동 장소는 노 전 사령관이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육사 50기)과 정모·김모 대령 등 정보사 현역 지휘관들을 소집한 바로 그 경기 안산 롯데리아였다. 해당 롯데리아 점포는 노 전 사령관의 거주지이자 여성 두 명과 동업하는 점집으로부터 약 1.4㎞(도보 약 20분) 떨어진 곳이다. 

정보사 편제에 없는 정보사 수사2단을 꾸려 주요 인물을 체포할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정보사 편제에 없는 정보사 수사2단을 꾸려 주요 인물을 체포할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김 전 대령은 노 전 사령관과 같이 민간인 신분으로 계엄 사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보사 수사2단을 김용현 전 장관 직속으로 꾸려 계엄 시 주요 인원을 체포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수사 2단은 1·2·3대로 구성되며, 별도 편제가 없는 65~70명 정도의 조직이다. 병과가 정보였던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소속 대북공작부대(HID)·현역 군인과 퇴역 군인 OB를, 김 전 대령이 군사경찰(헌병) 병과의 현역 군인과 OB를 지원하고 연결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1986년 소위로 임관한 김 전 대령은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 수사과장,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3군사령부 헌병대장 등을 역임한 헌병(현 군사경찰)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복무 중 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받고 불명예 전역한 군인들이 재기를 위해 뭉쳐 계엄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비상계엄 포고령 작성‧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지시 등을 한 혐의(내란실행)로 18일 구속된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되면서 불명예 전역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12월 1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 이듬해 3월 2심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용현 전 국방장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노 전 사령관은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과 수도방위사령부, 육군참모총장 비서실 등에서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쌓았다.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대령도 가까운 사이로 전해졌다. 

김 전 대령 역시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수사 축소 혐의로 징역형을 받아 불명예 전역을 했다. 그는 당시 사이버사 댓글사건 수사본부장으로서 수사관들에게 수사 축소 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지난 2018년 7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사이버사령부가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 작업을 했다는 의혹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대령은 “사이버사령부 부단장이 ‘문재인과 안철수를 비난하고 박근혜에 대한 지지활동을 해줘 고맙다. 덕분에 승리했다’고 말했다”는 부대원(참고인) 진술을 거짓으로 만들도록 수사관에게 지시했다. 또 대선개입 의혹을 조사하는 수사관을 수사본부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인 고등군사법원은 같은 해 12월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로 봤지만, 형량은 달라지지 않았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전역 군인 사이에서도 내란 모의에 가담한 퇴역 군인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육사 38기인 한 예비역 장성은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기 위한 총이 국민을 향한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퇴직 군인이 아니라 퇴물 군인들”이라며 “국민들은 내란 사태로 가슴을 졸였고, 현장에 있는 현역들의 자괴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육사 31기인 한 예비역 대령은 “군대에서 라인이라는 것은 절대 있으면 안 된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기 문화가 매번 군의 과오로 남았다”고 밝혔다.

한편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북한 오물풍선 도발에 대응하는 원점 타격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지난 15일 긴급 체포 전 SBS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설령 원점을 우리가 타격하면 저쪽(북한)에서 반대급부가 있는데, 연평도 같은 데 포 때려버리면 그다음에 우리는 어디 평양 때리냐 그럼 전쟁 나는데, 그건 맞지 않는 논리다, 그런 내 의견을 얘기해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