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핵 프로그램 상징적 공격 가능성" 시나리오 셋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4일 모스크에서 설교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4일 모스크에서 설교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핵시설, 석유시설, 군기지에 대한 타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과 석유시설에 대한 타격을 반대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이 독자 행보를 걸은 점을 감안하면 어떤 방식의 공격을 벌일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서방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핵시설 공격이다. 이스라엘은 그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 작업을 큰 위협으로 간주했다. 만약 이스라엘이 우라늄 생산 및 농축 공장, 우라늄 광산, 연구용 원자로 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중동 내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확전 일로를 걷게 된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전 총리는 4일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번 기회에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고,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군사적 목표물에 대해 상징적 공격도 가능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다만 바라크 전 총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너무 진전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역시 핵시설 공격에 반대 중이다. 대부분 지하에 있는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기 위해선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독단적으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미 국무부 최고위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공격 않겠다고) 확언하지는 않았다”고 CNN에 전했다. 이스라엘이 공군력을 동원하거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식으로 독자적으로 공격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란 서부에 집중적으로 위치한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 역시 대안 중 하나다. 이란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에 해당하는 하루 약 3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서방의 석유 수출 제재로 최대 구매처는 중국이다.  


석유시설을 공격해도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낮다는 분석도 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이스라엘과 석유시설 공격을) 협의 중”이라고 발언했을 당시 브렌트유는 주간 8% 상승하며 2년만에 최대 상승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튿날 “내가 이스라엘의 처지라면 유전 공습 외의 다른 대안들을 생각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선 뒤에야 유가는 겨우 진정됐다.

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상공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상공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시설을 직접 타격하지 않더라도 유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이 격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기지 등을 타격하는 방안 정도가 그나마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카드다. 공습 등을 동원한 요인 암살 등의 방법도 남아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이스마일 카니가 지난주 베이루트로 향한 뒤 행방이 묘연해 사망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바이든 미 대통령의 경고나 만류를 따르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며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건 네타냐후 총리 뿐”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남부와 수도 베이루트 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산 나스랄라의 뒤를 이어 헤즈볼라 수장에 오를 것으로 언급된 하심 사피에딘의 경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락이 두절돼 사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나스랄라 역시 사망 24시간 이내에 매장해야 한다는 이슬람 율법을 지키지 못한 채, 장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레바논에서 3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무선 호출기(삐삐) 폭발 사건의 경위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2022년부터 삐삐 작전을 구상해 모사드가 설계하고 이스라엘에서 조립된 삐삐를 보급했다”며 “대만 삐삐 회사의 중동 영업 담당자 출신의 여성이 헤즈볼라에 접촉해 ‘배터리가 오래간다’고 헤즈볼라에 판촉했다”고 했다. 삐삐 속 폭탄은 분해해도 발견하기 힘들게 돼있었고, 암호화된 메시지를 확인하려면 버튼 2개를 함께 눌러야 해 양손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레바논 보건당국은 3주에 걸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약 1400명이 사망하고, 7500명이 부상하는 등 사상자가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미국은 헤즈볼라의 기반이 약화된 틈을 타 2년째 공석인 레바논 대통령을 선출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5일 보도했다. 각 종교와 종파가 권력을 분점하는 레바논에선 헤즈볼라의 방해로 그간 대통령을 뽑지 못한 상황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하마스와 벌이는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싸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 “정치적 해법을 위해 가자지구에서 사용될 무기를 이스라엘에 공급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를 높였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에 대해 같은날 “(그런 말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반박했다. 미군 역시 4일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 등 15곳을 타격하며 이스라엘을 측면 지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5일 영어로 진행한 영상 연설에서 가자지구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와 이라크의 민병대, 요르단강 서안의 테러리스트, 이란을 언급하며 “오늘 이스라엘은 문명의 적들에 맞서 7개 전선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다”며 “이란이 이끄는 야만세력과 싸우는 동안 모든 문명 국가는 이스라엘 편에 굳건히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