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차등 수수료안 제시…공정위 “결론 안나면 직접 나설 것”

지난해 7월 서울 강서구의 한 음식점 앞에 배달앱 3사 스티커가 붙어있다. 뉴시스

지난해 7월 서울 강서구의 한 음식점 앞에 배달앱 3사 스티커가 붙어있다. 뉴시스

6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석 달 넘게 공전하고 있는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와 관련해 “10월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시한까지 약 두 번의 회의가 남은 상황에서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다만 배달앱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장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최근 '차등 수수료'를 골자로 하는 상생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 위원장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당사자들을 통해 합리적인 안을 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상생 방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는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등 추가적 방안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업체 간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상생협의체가 출범했지만, 지난달 24일 5차 회의가 진행될 때까지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일부 배달앱의 ‘최혜대우 요구’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일부 배달앱이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이중 가격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 중"이라며 "경쟁 제한 요건이 충족되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일 6차 회의…배민 ‘차등 수수료’ 상생안 제시

정부가 제시한 10월 말까지 상생협의체의 남은 회의는 두 번 남짓이다.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오는 8일 예정된 6차 회의를 앞두고 배민이 ‘차등 수수료’를 골자로 한 상생안을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입점업체를 매출액별로 분류하고, 매출이 낮은 업체엔 수수료율을 단계적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매출액 상위 40% 이상인 업체에는 기존과 동일한 9.8%를 적용하고, 매출액 기준 40~60% 사업자에는 6%, 60~80%에는 5%를 적용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최저 수수료율을 공공배달앱(땡겨요 2%) 수준인 2%대까지 낮추겠다는 취지다. 연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달리 적용하는 신용카드 업계의 ‘우대수수료’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막판 협상을 앞두고 배민이 한 발 물러나면서 난항을 겪던 논의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입점업체 “수수료율 상한 낮춰야”

관건은 상생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입점업체쪽이 이번 상생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입점업체의 경우 수수료율 상한(9.8%)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어서다. 실제 입점업체와 공정위 간 긴급 물밑 회의가 열린 지난 4일에도 입점업체 대표들은 수수료 상한선 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높은 가게들도 다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배민안대로 최고 9.8% 수수료율은 유지한 채 매출 최하위를 2%대로 낮추는 건 큰 의미가 없다”라며 “(수수료율 상한이) 최소 5%대까진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배달앱 업체의 호응 여부도 변수다. 업계 2위인 쿠팡이츠는 차등 수수료안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강제성 없는 자율기구인 상생협의체 특성상 배달앱 업체들이 모두 동의한 수수료 인하안이 마련되어야 실질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민 등이 제시한 상생안의 내용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며 “향후 상생협의체 논의를 거쳐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동의하는 상생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