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불황에 경매 신청 쏟아진다…8월 기준, 18년 만에 최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에 넘어가는 부동산이 2년째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5484건으로 작년 같은 달(3547건)에 비해 54.6% 늘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임의경매에 넘어가는 부동산이 2년째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5484건으로 작년 같은 달(3547건)에 비해 54.6% 늘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2년 넘게 지속된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 8월 경매 시장에 신규로 유입된 물건 수가 동월 기준 1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7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총 1만149건으로 지난해 8월(8833건) 대비 14.9% 증가했다. 이는 2006년 1만820건 이후 역대 8월 기준으로 18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경매 신청 건수는 유찰 물건이 누적되는 경매  진행(입찰) 건수와 달리 채권자들이 신규로 경매 신청을 한 물량이다. 

올해 1~8월 누적 신규 경매 신청 건수도 8만2287건으로 작년 동기(5만5859건)에 비해 25%가량 많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신규 신청  건수가 12만 건을 넘어서며 부동산 시장 침체기였던 2013년(11만9166건)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3년보다 더 많은  신규 경매 신청 물량이 쏟아졌던 때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2만4252건)이었다.

전문가들은 경매 신청 후 실제 입찰이 진행되기까지 6개월∼1년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급증한 경매 물건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입찰장에 대거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경매 물건 증가는 2021년 3분기부터 시작된 고금리가 2년 넘게 지속되고,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자영업자들의 상가 경매 신청이 늘고,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연립·다세대)나 오피스텔 경매가 예년보다 증가한 영향 크다는 분석이다.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의 집계 결과, 특히 작년 상반기 월 500∼600건에 그쳤던 서울 빌라 경매 진행 물건 수(입찰 건수)는 올해 들어 2배가 넘는 월 1200∼15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신규 경매 신청은 계속 늘어나는데 유찰이 거듭되면서 경매 물건이 적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시내 빌라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빌라 단지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 상승세도 주춤해지며 아파트 위주로 보였던 경매 열기도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 신청과 달리 경매 수요는 계속 부진할 거라는 의미다. 지난달 전체 법원 경매 응찰자 수는 평균 3.65명으로 작년 11월(3.4명) 이후 최저였다. 서울 아파트 응찰자 수도 평균 6.62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매연구소장은 “경매시장은 금리나 경기 상황에 후행하기 때문에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당분간 경매 신청 건수는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도 경매 물건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매 물건 수가 계속 늘어나고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되면 낙찰가율도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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