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 끼고 달린' 1기 신도시 재건축…"용적률 너무 높이면 화근" 왜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릴레이의 선두주자 선발전이 성황을 이뤘다. 선도지구 공모에 전체 대상 구역(162곳, 23만여 가구)의 61%가 도전하며 물량(2만6000가구 선정) 기준으로 5.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선도지구 공모는 재건축 윤곽만 나온 상태에서 사실상 안대를 끼고 달린 경기였다. 공모 접수 기간에 자치단체별로 정비기본계획안이 공개됐는데, 대상 구역 등 대략적인 밑그림만 제시됐을 구체적인 세부내용은 빠져있다. 정비기본계획은 12월 확정 예정이다. 단지들은 선도지구 공모에 '상금'도 모른 채 열심히 달린 셈인데 보람이 있을까.  

선도지구 공모 경쟁률 5.9대 1
신도시별로 적정 용적률 달라
현금 방식 공공기여 새로 도입
용적률-사업성 함수 잘 따져야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공모에 전체 대상 구역의 60%가량이 신청하며 물량 기준으로 5.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사진은 성남시 분당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공모에 전체 대상 구역의 60%가량이 신청하며 물량 기준으로 5.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사진은 성남시 분당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현재보다 최대 80% 높인 기준용적률

 
1기 신도시 사업성의 관건은 ‘기준용적률’과 ‘공공기여’다. 용적률은 대지에 지을 수 있는 건축 규모의 한도를 정한 비율이다. 용적률이 200%이면 건물 연면적을 대지면적의 2배까지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집을 더 많이 지어 팔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좋아진다. 1기 신도시 개발을 위한 특별법은 용적률을 법적 상한(아파트 밀집지역 300%)의 1.5배(450%)까지 올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기반시설 등 도시의 수용 능력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용적률을 높여 주택 수와 인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자치단체별로 기반시설 등 여건을 고려해 도시기능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설정한 적정 용적률이 기준용적률이다. 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일산이 300%로 가장 낮고 분당 326%, 평촌·산본 330%, 중동 350%다. 현재 조성된 용적률보다 60~80% 높다. 그런데 용적률을 기준보다 더 올릴 수 있는 길이 있다. 공공기여를 통해서다.  

공공기여는 기반시설 확보에 기여하는 것을 말한다. 용적률이 올라가는 데 따른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하는 장치다. 기존 재건축에도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공공기여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이다. 기존 재건축은 용적률 완화 대가로 땅·공공시설을 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기부채납하거나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현물 방식의 공공기여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신도시 공공기여는 현금 방식이다. 용적률 증가분의 대지지분에 해당하는 땅값의 일부를 공공기여금으로 자치단체에 낸다. 땅값은 착공 전 사업시행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금액이다. 재건축 전 현재 땅 상태가 아니라 재건축 이후 가치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공공기여금은 공사비 등 사업비에 추가되는 지출비용이 되기 때문에 얼마가 되느냐가 초미의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금 방식이 조합과 자치단체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합은 땅을 기부채납하지 않기 때문에 집을 더 많이 짓는다. 기존 대지면적이 10만㎡이고 재건축 용적률이 300%일 경우 기존 방식대로 땅을 10% 기부채납하면 재건축할 수 있는 연면적이 27만㎡(9만㎡X300%)이다. 신도시 재건축에선 10만㎡ 그대로 재건축하기 때문에 연면적이 30만㎡로 3만㎡ 더 짓는다. 대지 10% 기부채납에 해당하는 만큼 공공기여금을 내놓더라도 땅값을 포함한 집값보다 싸다.  

공공임대 없는 재건축 단지도 가능

 
조합은 주민들이 대개 꺼리는 임대주택 없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기존 재건축은 용적률 증가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주택을 자치단체에 건축비 정도만 받고 매각한다. 자치단체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쓴다. 이 임대주택은 일반 분양주택과 같은 동·층에 섞여 들어선다. 신도시 재건축에선 공공주택 건립 의무가 없다. 정부는 기존 임대단지 재건축을 통해 임대주택을 늘릴 계획으로 임대단지도 재건축 대상 구역에 포함했다.  

자치단체는 탄력적으로 기반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재건축처럼 공공시설 설치를 두고 주민과 갈등을 빚을 필요 없이 공공기여금으로 필요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남는 돈은 도시 주거환경 개선에 쓸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는 계획적인 개발로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추가로 확보해야 할 기반시설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 재건축은 단지에 따라 공공기여량이 천차만별이었지만 신도시 공공기여는 일정한 공식을 따른다. 정비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기준용적률 이하로 재건축하면 종전 용적률 대비 증가분의 10%(1구간)가 공공기여분이다. 기준용적률을 초과할 경우 1구간 공공기여분에 기준용적률 대비 증가분의 41%(2구간, 일산 미정)를 합친다. 자치단체들은 공공기여 부담을 낮추기 위해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비율을 선택했다. 종전 용적률 200%, 기준용적률 330%, 재건축 용적률 360%라면 공공기여분이 기준용적률까지 13%{(330-200)%X10%}와 기준용적률 초과분 12.3%{(360-330)%X41%}를 합친 25.3%다. 이에 해당하는 토지는 기존 대지의 7%이고 이 땅값이 공공기여금이 된다. 주민들은 현금 대신 그 금액에 해당하는 땅이나 건축물·공공주택 등으로 대납할 수도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오학우 하나감정평가법인 정비사업본부장의 도움을 받아 시뮬레이션한 결과 1기 신도시에 ‘공짜 재건축’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분양수입으로 사업비와 공공기여금을 합친 총지출 비용을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어서다. 분양가가 비싼 분당도 가구당 평균 1억~2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내고 다른 지역은 2억~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용적률이 올라갈수록 사업성이 좋아지는 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성이 기준용적률에서 정점을 찍고 기준용적률을 넘어서면 떨어진다. 일반분양수입 증가분보다 총지출 비용이 더 늘기 때문이다. 총지출 가운데 공공기여율이 10%에서 41%로 뛰면서 공공기여금이 급증한다. 분당의 3000가구 정도 구역을 대상으로 모의 계산한 결과 가구당 평균 추가분담금이 용적률 300% 2억5000만원, 326%(기준용적률) 1억원, 360% 1억5000만원, 400% 2억원으로 추정됐다.  

오학우 본부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선 용적률을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용적률 욕심이 화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