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호텔 소유주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에어매트를 부실하게 설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소방에 대해선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소유주 A씨(66), 소방시설법 위반 등 혐의로 운영자 B씨(42)와 A씨의 딸 C씨(45), 매니저 D씨(36) 등 총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5월 이 호텔을 매입해 2018년 5월 전 객실 에어컨 교체 공사를 했다. 2004년 10월 준공 이후 14년 만에 에어컨을 교체하면서 설치업자가 기존 에어컨 실내·실외기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할 때 안전장치 없이 절연 테이프로만 마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후 에어컨 수리 기사가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수차례 권고했는데도, 호텔 관계자들이 근본적인 배선 공사 없이 방치해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총 63개 객실 중 15개는 육안 상으로도 에어컨 전선 이음 상태가 부실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도 불이 난 810호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기 부분에서 발화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실내·실외기 연결 전선에서 아산화동 증식 흔적(도체 접촉 저항이 증가해 접촉부가 산화해 발열하는 현상)이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화재를 감지하고 울린 경보기를 현장 확인 없이 임의로 끈 사실도 확인됐다. 매니저 D씨는 화재 당일인 8월22일 오후 7시37분6초쯤 경보기가 울리자 8초 뒤 끄고, 8층 객실 내 화재를 확인한 뒤 1층으로 내려와 다시 작동시켰다. D씨가 1층에서 8층, 다시 1층을 오가느라 소요된 시간은 2분24초였다. 경찰은 투숙객 피난이 그만큼 지연됐다고 보고 D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객실 문이 스스로 닫히는 도어클로저(door closer)가 설치돼있지 않아 열린 810호 객실 문을 통해 복도로 화염과 연기가 급속 확산한 점, 비상구 방화문을 생수병 묶음으로 열린 채 고정해둔 점, 간이 완강기 비치 미비 등도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807호 투숙객 2명이 소방 매트 가장자리 또는 바닥에 떨어져 숨진 원인을 소방 책임으로 돌리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807호 아래 호텔 주차장 진입로에 약 7도 경사가 있어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소방 장비 운용상 개선점과 호텔 객실에 도어클로저 의무 설치 필요성에 대해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