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더중플-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은둔형 외톨이를 택한 그들. 삶의 버팀목을 하나둘 놓아버린 집은 어느새 쓰레기장이 됩니다. 어김없이 바퀴벌레가 나타납니다. 사람에겐 지옥이 바퀴벌레에게 천국인 셈이죠.
“자주 봐도 여전히 혐오스럽다.”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는 이런 현장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엉망진창의 삶을 그들은 왜 벗어나지 못했을까요. 쓰레기와 바퀴벌레 속에 묻어버린 절망, 그들의 사연을 들여다봅니다.
중앙일보 유료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가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을 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플’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자주 봐도 여전히 혐오스럽다.”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는 이런 현장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엉망진창의 삶을 그들은 왜 벗어나지 못했을까요. 쓰레기와 바퀴벌레 속에 묻어버린 절망, 그들의 사연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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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 정리 부탁드립니다.
고인은 한 명인데 의뢰인은 둘이었다. 한명은 집주인, 또 다른 한명은 고인의 여동생이었다. 각각 따로 상담했지만, 두 사람의 사연과 지역이 비슷했다. 확인해보니 역시나 같은 사건이었다. ‘특수청소부’ 김새별 작가가 현장에 도착하자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4명이나 됐다. 집주인과 여동생, 그리고 옆집 사람들이었다.
“세입자들이 방 빼달라며 난리도 아니었어요.” 집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고인의 집 안을 둘러보니 짐작이 갔다. 거긴 쓰레기장이었다.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와 배달 용기가 나뒹굴었다. 이웃들은 옆집에서 넘어온 악취와 바퀴벌레에 시달렸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고인을 찾아가 화를 냈다고.
“소독하면 바퀴벌레도 죽는 거죠? 아휴, 어떻게 좀 해주세요.”
고독한 죽음에 이렇게 떠들썩한 현장이라니. 이질적인 풍경 속에서 고개 숙인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구석에 죄인처럼 덩그러니 서 있던 여성은 고인의 동생이었다. 30대 중반밖에 안 된 그의 언니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동생은 숱한 의문과 죄책감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의 불만을 듣는 중이었다. 김 작가는 마치 사고 책임자가 된 듯 이웃들을 진정시켰다. “우선 건물 소독은 해드릴게요. 각자의 집에도 약국에서 살충제를 사다 놓으세요.”
고인의 집 문을 열자 바퀴벌레가 쏟아졌다. 방독면을 쓰고 소독과 방역을 동시에 했다. ‘바사삭’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봐도 봐도 혐오스러웠다. 한 마리라도 더 죽이려 바퀴벌레가 숨어드는 공간을 노려보던 때였다. 김 작가의 눈은 엉뚱한 물건을 목격했다.
박스째 쌓여있는 다이어트 약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은 거의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주변엔 여기저기 옷들이 널려있었다. 한눈에 봐도 엄청 커 보이는, 남자가 입어도 허리춤에 주먹 서너개는 거뜬히 들어갈 듯한 바지. 사이즈는 ‘XXL’이었다.
‘여동생은 고인이 요가 강사였다고 했는데…’
마침 화장대에 붙은 스티커 사진이 보였다. 동생과 찍은 사진이었다. 가냘파 보이던 동생과 비슷한 체구. 언니도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고인은 요가 센터 원장을 꿈꾸던 열정 많은 강사였다고 했다. 그랬던 꿈이 어떤 일로 돌연 깨졌다. 끝없이 불어나는 몸도 되돌리지 못했다. 집안은 쓰레기장으로 변해갔다. 많은 사람에게 에너지를 나눠주던 고인은 이웃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전락해버렸다.
어느날 자신의 잘못도 아닌 재앙이 그녀를 덮친 것이다. 금방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본래의 삶은 점점 빛을 잃었다. 아무도, 심지어 자신도 알아볼 수 없는 동굴에 스스로 갇혔다.
꿈 많던 요가강사는 왜 바퀴벌레 소굴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4년 전 그녀에겐 어떤 비극이 찾아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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