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있다”라며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도 서류상 존재하지 않아 인신매매, 착취 등 인권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기관이 신생아의 출생 정보를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 통보제가 도입됐지만 외국인 아동은 배제됐고 제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국내에 90일 이상 체류하게 되면 ‘외국인 등록’을 해야한다.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자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모가 불법 체류 중이라 등록을 하지 못하게 되면 자녀는 미등록 아동이 된다. 미등록 아동은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동으로 의료 서비스 등 복지혜택을 받기 어렵게 된다.
법무부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병원에서 출산해서 임시 신생아 번호를 받은 외국인 아동 5000여 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한국에 남아 있는 아동 2000여 명 중에서 49명은 사망신고된 상태로 드러났다. 행적이 묘연해 경찰이 수사한 끝에 사망 아동 4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사망한 아동들의 사인은 대부분 ‘출생 직후 병사’로 표기돼 있었다.
김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미등록된 외국인 아동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의료보험 적용도 어렵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출산 4주 후에 접종해야 하는 결핵 접종률의 경우 일반 아동은 99%인데 미등록 외국인 아동은 79.5%에 그쳤다. 미등록 외국인 아동 중에 학교나 보건소에서 보유 식별번호 전환을 받지 못한 아동의 경우에는 접종률이 32.7%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가 외국인 근로자나 자녀를 대상으로 의료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이용하는 아동이 300명 정도다”라며 “부모의 근로 여부를 조건으로 걸거나 부모가 신분 노출을 우려하는 경우에는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복지부는 외국인 근로자 의료지원 사업비를 올해 24억 8000만원에서 내년에는 19억 500만 원으로 23%나 감액했다”라며 “지금까지 이 사업으로 의료기관에 미지급한 금액도 53억 원이 넘을 뿐만 아니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다 쓰고 나면 사업 중단을 검토할 정도로 위기에 놓여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저출생 시대 대한민국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라며 “보편적 출생등록에 배제되어 있는 아동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