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은 11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올가을의 운명이 걸린 5차전을 치른다. 지난 9일 열린 4차전에서 KT가 연장 11회 말 끝내기 승리를 거두면서 준플레이오프 전적이 2승 2패,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두 팀 다 지면 탈락. 5차전에서 승리하는 팀이 삼성 라이온즈가 기다리는 플레이오프에 올라간다.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5차전 LG 선발은 임찬규, KT 선발은 엄상백으로 2차전과 똑같다. 당시 임찬규는 5와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1자책점)으로 잘 던졌고, 엄상백은 4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5차전은 더 절박한 승부다. 선발 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믿고 기다릴 여유가 없다. 염경엽 LG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 모두 4차전 직후 "이제 1패는 곧 가을야구의 끝이다. 어쩔 수 없다"며 '투수 전원 대기'를 선언했다.
LG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KT 마무리 투수 박영현은 이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양 팀 핵심 투수다. 둘의 등판 여부와 시점, 활약도가 이번 시리즈의 명암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정규시즌에 선발 요원으로 활약한 에르난데스는 올가을 LG 불펜의 진정한 '구원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양 팀 투수 중 유일하게 준플레이오프 1~4차전에 모두 등판했고, 투구 내용도 눈부셨다. 1차전 2이닝, 2차전 1과 3분의 2이닝, 3차전 3분의 2이닝, 4차전 2이닝을 차례로 소화하면서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도합 6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탈삼진이 9개, 볼넷은 2개뿐이다.
에르난데스는 LG가 따낸 두 번의 승리에서 1세이브와 1홀드를 수확했다. 준플레이오프 시작 직전 부친상을 당한 기존 소방수 유영찬이 흔들리자 실질적인 마무리 투수 역할까지 맡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5차전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니까 에르난데스도 (상황이 되면) 나가야 할 것 같다. 대신 긴 이닝보다는 한 이닝 정도 가능할 것 같다"며 "일단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르난데스는 "아무래도 그간 공을 많이 던져서 피곤한 느낌은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준비가 돼 있다"며 "포스트시즌과 정규시즌은 확실히 다르다. 팬들의 함성이 큰 만큼 더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정규시즌과 똑같이 던지되, 꼭 이겨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박영현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한 KT의 가을을 준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연장한 일등공신이다. 그는 팀이 5-5 동점을 허용한 4차전 8회 초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연장 11회 초까지 3과 3분의 1이닝을 피안타와 볼넷 없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면서 한창 끓어오르던 LG 타선의 기세를 단숨에 잠재웠다. 2차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린 데 이어 이날 승리 투수로 기록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후 평소보다 많은 공(35구)을 던진 박영현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했다. "어차피 우리 팀은 지면 끝나는 상황이라 박영현에게 무리하게 3이닝을 부탁했다. 선수가 투혼을 발휘해줘서 이긴 것 같다"며 "5차전도 나갈 수 있을지는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박영현은 이런 감독의 마음에 "던질 수 있다"는 각오로 화답했다. 그는 "(4차전에서) 원래 1과 3분의 1이닝 정도를 최대로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이닝이 늘어날수록 투구 밸런스도 잡히고 공도 더 괜찮아져서 '계속 던지겠다'고 말씀드렸다"며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0%의 확률을 100%로 만드는 팀이다. 그 승리의 발판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면, 나도 5차전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5차전에서도 잘 던질 수 있게 몸 관리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