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매출 20조 목표"…롯데쇼핑 유통업계 첫 ‘밸류업’ 공시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CEO IR데이에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CEO IR데이에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쇼핑이 주주들에게 최소 주당 3500원을 배당하고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유통업계에서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기업은 롯데쇼핑이 처음이다.  

롯데쇼핑은 이같은 내용의 2024~2030년 밸류업 계획을 11일 오전 공시했다. 동시에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증권사 연구원(애널리스트) 등을 초청해 ‘CEO(최고경영자) IR 데이(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밸류업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주주 환원율 30%→35%

이날 발표된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현재 30% 수준인 주주 환원율은 35%로 확대된다.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당 3500원의 최소 배당금도 도입하기로 했다. 실적 여부를 떠나 최소한 3500원의 주당 배당금은 보장한다는 뜻이다.  

배당 절차도 변경된다. 현재 ‘기말 이후 배당액 확정’ 방식에서 ‘선(先) 배당액, 후(後) 배당기준일 확정’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연 1회 지급하는 배당금을 분할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투자자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간다는 것이 롯데쇼핑의 설명이다.  

동남아 사업확장 위한 iHQ 도입 

이날 발표된 계획에선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사업 전략도 분야별로 제시했다. 가장 눈길이 끄는 계획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조직 개편이다. 현재 동남아 주요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싱가포르 홀딩스’를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로 두고 동남아 지역의 전략적인 사업 확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투자 전문회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iHQ로 전환하면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 홀딩스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맡형 격인 롯데백화점은 주요 점포 리뉴얼(재단장)을 통해 핵심 상권에서의 리더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본점, 수원점, 인천점의 경우 단계적 리뉴얼 오픈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다른 점포들도 추가적으로 리뉴얼을 실시하고, 쇼핑몰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신선식품 등 그로서리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롯데마트 은평점을 식료품 전문매장인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로 전환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선식품 전문 매장 전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영국의 리테일테크기업 오카도와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도 롯데마트와 통합 운영해 시너지를 내기로 했다.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건설되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통합설루션을 적용한 부산 고객풀필먼트센터(CFC) 조감도. 사진 롯데쇼핑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건설되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통합설루션을 적용한 부산 고객풀필먼트센터(CFC) 조감도. 사진 롯데쇼핑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패션, 뷰티, 아동, 명품 등의 전문몰로 입지를 강화하고 상품기획(MD)과 개인화 마케팅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이밖에 하이마트, 홈쇼핑, 컬처웍스 등 자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시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롯데쇼핑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RMN(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사업도 본격화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실시간 가격비교, 자동발주 시스템 등 유통업에 특화된 AI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RMN은 온라인 쇼핑몰의 검색 창과 배너뿐 아니라 옥외광고판 등 오프라인 매장의 채널에서 광고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2030년까지 매출 40%, 영업이익 156% 상향 

롯데쇼핑은 이날 2030년 매출액 20조3000억원과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실적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5559억원, 5084억원이었다.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156%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 기간 지난해 기준 1조5000억원대인 해외사업 매출액도 3조원으로 2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지난해 9월 공시한 2026년 실적 목표치는 내수 경기 회복이 더디고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동시에 인구는 감소하는 흐름 등을 고려해 하향 조정했다. 조정된 내년 목표는 매출 15조2000억원, 영업이익 8000억원이다. 종전 목표보다 매출은 1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2000억원 낮췄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중장기 실적 개선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한 안정적인 배당 지급과 주주 환원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며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롯데쇼핑이 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