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유통채널이 차고 넘치는 정보 과잉 시대, 현명한 소비를 하고 싶은 소비자는 무엇부터 찾아볼까. 매년 꾸준히 영향력이 높아지는 채널을 꼽는다면 인플루언서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트렌드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제품 구매 시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는 소비자’가 전체 인구의 71.4%(약 3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업체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의 ‘벤치마크 보고서 2024’는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2016년 2조 2000억 원에서 2022년 21조 7000억 원으로 성장했고, 2024년 말까지 약 32조 7744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유통 시장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주요한 채널로 자리매김한 것은 인플루언서의 게시물 하나하나가 광고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친밀감을 쌓는다. 사진 여수언니정혜영 유튜브 캡처
인플루언서는 SNS나 인터넷에 수천 명, 수만 명에서 수십만명에 달하는 팔로워(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보통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갖고 있는데, 자연스레 그를 팔로우하는 사람들 역시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 관심 분야가 같으니, 인플루언서의 추천은 불특정 다수에게 송출되는 광고보다 효과적이다.
여기에 인플루언서와 팔로워는 온라인에서 맺은 관계로만 정리하기엔, 어떤 채널보다 높은 친밀감과 신뢰를 쌓고 있다. 이를 위해 인플루언서는 팔로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팔로워의 신뢰를 얻는다. 또한 인플루언서는 저마다 고유의 정체성이 있어,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를 자신의 콘텐트에 녹였을 때, 팔로워들도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이를 바탕으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에서 통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K-컬처를 넘어, K-푸드가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여기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흥미로운 콘텐트를 보이는 인플루언서가 있다. 틱톡은 세계를 강타하는 한류의 잠재적 시장 규모가 2030년 약 27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이 뷰티 브랜드 롬앤이다. 인플루언서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박새롬이 론칭한 브랜드로 평소 메이크업 방법과 뷰티 팁을 공유하는 콘텐트로 인기를 끌었으며 2016년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의 MZ세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성장중이다.
또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막강한 분야 중 하나는 먹거리다. 미스터 비스트의 피스터블(Feastable) 초콜릿은 글로벌 성공 사례로 꼽힌다. 피스터블은 2022년 세계 1등 유튜버 미스터비스트가 론칭한 식물성 글루텐 프리 초콜릿 브랜드로, 출시 72시간 만에 100만개 이상 판매된 것은 물론 같은 해 5월에는 120억 이상 매출을 달성했다.
인플루언서 브랜드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 봄날엔 디저트. 사진 봄날엔
한국의 성공 사례를 꼽는다면 디저트 브랜드 ‘봄날엔’이 대표적이다. 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여수언니정혜영’씨가 직접 만든 디저트 브랜드다. 여수언니는 유명한 먹방 크리에이터로, 올리는 영상마다 조회 수 100만을 넘기는 것은 물론 영상에서 화제가 된 음식은 이후 품귀 현상을 빚는 등 영향력이 강력하다. 유명 약과를 구하려면 인기 공연을 티켓팅하듯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의 신조어인 약켓팅(약과+티켓팅) 열풍이 불며 약과의 유행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유행시킨 것이 바로 ‘여수언니’다.
여수언니는 지난해 디저트 브랜드인 봄날엔을 론칭함과 동시에 다시 한번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봄날엔 약과는 론칭 이후 연이은 ‘솔드아웃’으로, 예약판매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더현대서울, 신세계 스위트파크,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백화점엔 약과를 구매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뿐이 아니다. 온라인 구매 일정이 공개되면 사람들은 알림에 맞춰 구매 전쟁에 참여했다. 했다. 비결은 약과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것. 실제로 온라인엔 인증 사진과 함께 ‘다른 약과와 달리 너무 달지도 않고 기름 냄새가 적어서 물리지 않는다’ ‘약켓팅 성공해 드디어 먹어봤는데 먹어 본 약과 중 원탑이다’ ‘여수언니가 직접 만든 약과라고 하니 믿고 주문했는데 너무 맛있다’ 등의 후기가 이어졌다. 최근 많은 디저트 브랜드들이 유행과 함께 론칭해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것과 달리, 봄날엔은 탄탄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기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을 넘어 해외에 K-디저트를 알리고 있는 봄날엔 약과. 사진은 미국 팝업 현장. 사진 봄날엔
그뿐만 아니라, 구름크림떡과 초코초꾸떡을 연이어 선보이며, 디저트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봄날엔은 백화점 팝업 등의 오프라인과 CJ온스타일 동가게에서 완판을 이어가는 등 소셜미디어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이러한 인기는 한국을 넘어 해외로 이어지며 대표 K-디저트 브랜드로 자리매김 중이다. 일본의 도쿄바나나, 홍콩 제니쿠기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로 자리매김하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H마트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일본·호주로 수출하며 당당히 K-디저트에 이름을 올리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