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에서 프렌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24)씨는 최근 어르신 손님들로부터 곤욕을 치렀다고 전했다. 카페에 마련된 키오스크(KIOSK)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반말 주문 및 막말, 고함으로 직원들을 하대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씨는 “다른 지역엔 ‘노시니어(Senior·노인)존’ 카페가 있다고 들었는데 과한 조치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왜 그랬는지 공감도 간다”고 말했다.
과거 논란이 됐던 ‘노키즈(Kids·아이)존’에 이어 최근엔 ‘노시니어(Senior·노인)존’, ‘노줌마(No+아줌마)존’ 등 이용자를 가려 받는 업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업주 측에선 ‘진상 손님’을 받고 싶지 않단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차별로 번질 수 있단 지적도 잇따른다.
노시니어존의 경우 지난해 9월 한 프렌차이즈 카페 가맹점주가 노인 손님에게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계시니 젊은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는 내용의 쪽지를 건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카페 측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지난 5월 충북 제천의 한 공공수영장에서 노인 이용을 금지해 달라는 일부 주민 의견이 나오는 등 유사 사례가 이어졌다.
이런 특정 집단 업장 금지 논란은 여러 형태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이른바 ‘노키즈존 확산 방지 조례’가 제정된 제주 지역의 경우 안전사고 발생 등의 이유로 80여곳의 사업장이 여전히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엔 인천 소재 한 헬스장에서 ‘아줌마 출입금지’를 공표해 논란이 됐다. 해당 헬스장은 “일부 고객들이 공공장소에서 빨래하는 등 무개념적인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선 특정 손님 이용 제한을 고민하는 글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오죽하면 이용 제한을 두겠는가”라며 “시설 이용 제한은 업주의 영업 자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 00존’ 현상이 기술 발전 및 시대문화의 변화와 함께 불관용에서 비롯된다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집단의 소비 활동을 제약하는 건 결과적으로 소비자 모두의 소비 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라며 “이런 경각심에 대한 사회공동체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업주 입장에선 당장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용 제한 기준을 설정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소비자의 기본 권리를 제약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단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행위를 제재하는 게 아니라 노인·아동·여성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제한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9월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식당의 행위는 차별에 해당한다며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