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문 열어서 타보세요. 그것도 다 감성이고 경험이니까요.”(현장 직원)
한 방문객은 조수석에 앉아 20~30분간의 시승도 즐겼다. 엔진 소리가 요즘 차량보다 꽤 컸지만, 옛날 차의 느낌을 더욱 살려주는 듯 했다.
‘올드 카’ ‘클래식 카’ 등으로 불리는 옛 현대차를 한 자리에서 보고 만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현대자동차가 1967년 설립 후 누적 생산 1억대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다시, 첫걸음: One step further’ 전시(11월 10일까지)에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 회사 최초의 조립 생산 모델인 ‘코티나 마크2’가 서 있다. 포드 제품을 조립한 것이었는데, 함께 전시된 당시 판촉물의 홍보 문구는 ‘여러분은 포드의 가족이 되시지 않으시렵니까?’다. 지금은 현대차의 세계 판매량 순위(3위)가 포드(7위)보다 앞서지만, 당시는 현대차가 미국 포드의 위상에 기대 조립차를 판매하던 때였다. 누군가가 메모한 코티나(배기량 1600cc)의 가격도 적혀있다. '계약금 50만원, 인도금 80만원'.
이 코티나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현대차는 울산 땅에 대한 매립 허가를 받아야 했다. 1967년 10월 건설부장관으로부터 받은 울산시 염포동에 대한 매립공사실시계획인가증엔 사업자 현대건설의 대표이사로 고(故)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선대회장의 이름이 적혀있다.
코티나 옆엔 1976년 에콰도르에 수출돼 택시로 쓰인 포니가 전시돼 있었다. 포니는 한국 최초의 자동차 수출 모델이었다. 5대의 포니를 배에 실으며 시작된 한국 자동차 수출의 역사는 국가유산청 기록물로도 남아있다. 전시장엔 “우리가 보낸 것은 단지 5대의 포니 뿐만이 아니다. 세계를 향한 우리의 꿈도 함께 실려갔던 것이다”는 정세영 전 현대차 회장의 소감도 함께 소개돼있다.
현대차는 사내 임직원이 남긴 업무 기록들도 일부 공개했다. 이 중 코티나 생산 당시 일했던 김형준 전 감사의 녹취록 문서엔 그때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때 교통이 상당히 불편했다. 고속도로도 없고 트럭으로 오는 게 힘들어서 대개 기차로 (필요 부품을) 부친 것 같다. 우리가 울산 기차역으로 가서 찾아오고 했다.”
이곳에선 첫 독자 설계 차량 쏘나타, 자동화 공정의 첫 결과물이었던 엘란트라, 독자 개발엔진을 탑재한 스쿠프 등도 볼 수 있다. 이밖에 아이오닉 5·6 등 현재의 주력 차종도 함께 전시돼 있다.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 전무는 “차 한 대에 집약된 숨겨진 노력과 시간을 고객과 함께 돌아보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