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유럽 특허청 판결에 대해 “디스플레이 성능은 물론 사용자 안전까지 획기적으로 높인 노와이어(No Wire) LED 기술이 유럽 모든 국가에서 특허를 인정받게 된 것이라 의미가 깊다”라고 설명했다. 노와이어 LED 기술은 전선(와이어)과 패키징 없이 LED 소자를 만드는 것으로, 초소형과 고효율을 장점으로 한다. 제네시스 GV80과 아우디A4 차량의 헤드 램프에도 이 기술이 쓰였다.
지난 10일에는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이 독일 대형 유통사인 엑스퍼트 이커머스의 판매 제품이 서울반도체의 와이캅 기술을 침해했다며, 유럽 8개국에 관련 제품 판매 금지와 폐기 처분을 명령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UPC 판결 중 가장 많은 국가에 판매금지 등이 내려진 것”이라며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으로 특허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획기적 결과”라고 했다.
백전무패 신화 계속
시작은 2006년 세계 1위 LED 기업인 일본 니치아가 제기한 소송부터였다. 급성장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싹을 자르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니치아 소송에서 이긴 이후 현재까지 8개국에서 진행된 103건(9월 기준)의 특허 소송에서 서울반도체는 모두 이겼다. 2020년 LED 전구와 LED TV 등을 두고 필립스와 벌인 소송에서도 연거푸 이기자, 업계에선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미국 ‘특허 괴물’로 불리는 다큐먼트 시큐리티 시스템즈(DSS)와도 4년간 싸워 2021년 최종 승리했으며, 일본 렌즈 제조기업인 엔플라스와는 6년 분쟁서 승기를 잡았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100건이 넘는 송사에서 번번이 승소하자 직원들은 피로감보다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특허 소송 백전백승, 비결은
물론 기술력에 대한 자신 없이는 하기 어려운 행보다.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회사는 매년 매출액의 10%인 1억 달러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특허가 1만8000여개, 그중에서 이정훈 대표 개인 특허가 269건이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개발직군 직원 개개인의 목표에 특허 아이디어 제출 항목을 넣어 관리하고 있다”라며 “대표이사부터 말단 사원까지 모두 발명에 몰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반도체만의 독보 기술인 썬라이크(자연광 스펙트럼에 가장 가깝게 만든 LED), 와이캅 등이 그렇게 나왔다.
지난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마이크로 LED 기술과 관련해 서울반도체가 보유한 특허는 1000여 개에 이른다. 마이크로 LED는 디스플레이나 조명 등에 쓰는 초소형 LED로, 기존 LED보다 작으면서도 밝기와 색재현성,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 이정훈 대표는 지난 8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우리의 특허를 피해 마이크로 LED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자신했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LED로 대체될 전망으로, 향후 10년 내 디스플레이 시장의 20%를 차지(300억 달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