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변전소 분쟁 결국 행심위로…전국 8곳서도 '전력 갈등'

이현재 경기 하남시장이 지난 8월 감일지구 주민들이 개최한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 반대 집회 차량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이현재 경기 하남시장이 지난 8월 감일지구 주민들이 개최한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 반대 집회 차량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안을 불허한 경기 하남시와 한국전력(한전)의 행정 분쟁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에서 다뤄진다. “공공복리 증진 규정에 부합하지 않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증설 입지를 일방적으로 정한 한국전력의 사업 계획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하남시 입장을 행심위가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14일 경기도와 하남시 등에 따르면 경기도 행심위는 지난달 6일 한전이 낸 불허 처분 취소 심판 기일을 다음 달 초 열기로 했다. 무작위로 구성한 위원 8명이 하남시와 한전이 제출한 서면을 심리해 당일 결론을 내놓게 된다.

앞서 하남시는 지난 8월 21일 “감일동 산2 일대 동서울변전소 부지는 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 확보 명목으로 지정된 개발제한구역 내 부지로 주민 우려가 큰 사업을 할 경우 해당 부지의 개발제한구역 지정 취지에 맞지 않아 사업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전 사업안을 최종 불허 처분했다.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은 기존 345㎸(킬로볼트) 옥외시설을 옥내화하고, 초고압직류(HVDC) 전압 500㎸ 시설을 추가 증설하는 사업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력망 건설은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만큼 어떠한 이유에서도 지연될 수 없다”며 “전력망이 단일하기 때문에 한 곳에 부하가 걸리면 다른 지역에도 문제가 생겨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전력 공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남시는 500㎸ 송전선로를 증설할 경우 총 설비 용량이 기존 2GW(기가와트)에서 7GW로 3.5배로 증가해 전자파 발생이 불가피하기에 기존 부지 증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한전이 2020년 3월과 2022년 1월 입지를 확정하면서 하남시와 주민들을 배제한 채 자체 입지선정위원회만 개최해 선정한 점을 들어 입지 선정 과정이 불투명했다고 지적했다.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그리드 부사장이 지난 8월23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 불가처분과 관련한 한국전력공사의 입장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그리드 부사장이 지난 8월23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 불가처분과 관련한 한국전력공사의 입장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현재 하남시장은 “동서울변전소가 1979년 건립돼 45년이 지났다”며 “한전이 국가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강요하기 전에 주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였는지 자문해야 한다. 신중한 숙의 과정을 거쳐 변전소 인근 주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일지구 주민들이 결성한 동서울변전소 증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달 30일 행심위에 낸 주민의견서에 “그간 한전이 검토했던 변전소 입지는 전부 산속이었고, 같은 용량의 변전소도 산속, 산업단지 인근에 있다”며 “보금자리 정책으로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된 감일 지구 입주민 4만명이 피해를 감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변전소 증설, 송전선로 개설 등을 이유로 지자체와 한전이 현재 진행형 갈등을 빚는 곳은 하남시를 포함해 전남 장성·보성·영암·영광, 강원 횡성·홍천, 충남 당진, 경기 시흥 등 8곳이다. 각 지자체는 송전선로와 변전소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사업계획 공고와 열람을 거부하고 있다.

시흥시의 경우 신시흥~신송도 변전소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사업 관련 지반 침하를 우려하며 한전과 행정소송을 벌였으나 패소하거나 각하 처분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당진 부곡 공단에서 전력구 공사를 하면서 지반 침하 사고가 났다. 우리 시도 서해안 매립지 특성상 주민 불안이 커 한전과 소송전을 벌였다”며 “지자체 주민 삶과 직결되는 시설물인데, 지자체와 총괄 협의가 없어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전력 시설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과 갈등이 끊이지 않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자체와 주민 참여형 지역망을 확충하겠다는 등 전력계통 혁신 추진전략을 지난해 12월 내놓았다. 산자부 관계자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이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 의무화를 법제화하고 지중화 확대, 전자파 관리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