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구타 등으로 조현병 얻은 제대군인…법원 "병영 스트레스가 원인"

40여년 전 군 의무복무 중 선임병 구타 등으로 조현병에 걸린 제대 군인이 행정소송 항소심을 통해 보훈 보상 대상자로 인정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행정1부(양영희 수석판사)는 1980년 육군 포병으로 근무하다 의병 전역(질병으로 전역)한 A씨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 요건 비대상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패소한 1심을 취소하고, A씨가 보훈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50년대생인 A씨는 79년 육군 포병대대에 배치받아 관측병으로 근무하던 중 조현병 진단을 받고 80년 의병 전역했다. 입대 전엔 건강이 양호했으나, 군대에서 구타당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조현병이 발병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80년 A씨가 쓴 군 생활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사격훈련에서 몸살감기에 걸려 쉬고 있었는데, 포대장(중대장)이 “영창에 집어넣겠다”고 해 아픈 몸을 이끌고 훈련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선임이 A씨를 때리는 등 군 생활이 모진 고생의 연속이었다고 A씨는 적었다. 

A씨가 구타와 가혹 행위를 겪은 뒤 그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지만, 군 의무관은 A씨에게 “심한 육체적 작업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며 연대 차원의 공사작업에 선발대로 투입했다. A씨는 공사 도중 증상이 악화했다고 한다. 


“집에서 치료받게 해달라”는 A씨 가족 요청에도 포대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신 병원 후송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A씨는 탈영 시도와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고 나서야 군부대에서 야전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1심은 “조현병 발병 원인이 군 생활 때문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병영생활 도중 극도의 스트레스가 유전적 원인과 함께 조현병 발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조현병 발병 이후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병이 악화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가 보훈 보상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군 직무수행이나 교육 훈련 도중 조현병이 발병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를 국가유공자 대상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