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인공지능(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 개선’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4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의 폐회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CEO세미나는 SK그룹의 주요 연례행사다. 최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CEO 등 최고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AI, 반도체, 에너지 등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올해 초부터 진행해 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조직개편)과 운영 개선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최 회장은 “운영 개선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재무제표에 나오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되지 않지만 경영의 핵심 요소인 ‘기업가 정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운영 개선 고도화를 위해서는 AI를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며 젊은 직원들이 AI를 접목한 운영 개선 방안을 제안해 회사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그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AI 사업 방향과 관련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핵심 과제로는 ▶반도체 설계·패키징 등 AI 칩 경쟁력 강화 ▶고객 기반의 AI 수요 창출 ▶전력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 가속화 등을 꼽았다.
지난해 말 약 84조원에 달했던 SK그룹 순차입금은 올 3분기 말 약 76조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말 219개였던 계열사 수는 연말까지 1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CEO들은 잉여현금흐름(FCF) 극대화 등 ‘운영 개선 1.0’ 활동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라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고, 앞으로는 제조·마케팅 등 운영 역량을 제고하는 ‘운영 개선 2.0’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시장과 고객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역량 중심의 ‘운영 개선 3.0’으로 진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도 이뤘다. 그룹 차원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사업개발본부장)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CEO는 아니지만,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 이어 경영 수업차 참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본부장은 세미나에서 “여러 회사의 노력을 보면서 사업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계속 참석해 배우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하반기 이후 선제적인 리밸런싱과 운영 개선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잘 견디면 미래에 더 큰 도전과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연말 인사 작업에 착수, 12월 초에 인사를 할 예정이다. 앞서 인사를 한 SK에코플랜트와 SK지오센트릭은 임원 수가 각각 23%, 14%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