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욕심이라는 걸 알고 계시니, 아들이 인서울권 대학만 붙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마애불을 찾은 이는 100여명. 이중 수험생 학부모들은 30여명이었다. 이들은 불상 앞에서 절을 하거나 인근에 동전을 붙이며 소원을 빌었다. 윤종현(52)·박희연(51)씨 부부는 “‘수능 대박’ ‘수시 합격’ 등의 문구가 적힌 흰색 대초에 불을 켜며 간절한 소망을 빌었다”며 “기도를 위해 휴가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자녀의 대입 성공을 위해 종교시설을 찾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10일 기준) 보문사 수능 100일 기도 접수 건수는 863건으로, 2022년 737건과 지난해 666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강화도 낙가산에 있는 보문사는 수능을 앞두고 전국에서 불공을 올리려는 학부모가 모이는 명소다.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3대 해수관음영지로 꼽히는 곳이어서다.
조계종 관계자는 “사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능기도와 관련된 공식 통계는 없다”면서도 “사찰마다 수능기도 접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보문사 관계자도 “과거와 달리 평일에도 찾는 학부모가 크게 늘었다”며 “수능 당일에 진행하는 회항 때는 학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밝혔다.
천주교 휴무일(월요일)임에도 ‘수능 100일 기도회’ 학부모 50여명은 서울 양천구 목5동 성당 소성전의 불을 밝혔다. 이들은 수능 D-100일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50분씩 수능 기도를 했다고 한다.
광림교회 관계자는 “40~50여년 전 작은방에 모여 4~5명이 수능 기도를 했다. 수능 기도 신자들이 매년 증가했다”며 “수능이 다가올수록 참여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5동 성당 관계자는 “올해부터 ‘수능 100일 기도회’에 등록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며 “그런데도 작년보다 참석자가 10명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Z세대 수험생, ‘일타강사’ 포카로 합격 기원
고3 수험생 양모(18)양은 “이지영 선생님 강의 덕분에 약점이던 사회탐구 영역 점수가 크게 올랐다”며 “수험장에 지영쌤 포토카드(포카)를 지녀, 이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수생 김모(19)씨는 “친구들을 통해 정시 지원 횟수만큼 원하는 대학의 키링 3개를 구했다”며 “작년보다 좋은 결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싶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좋은 대학을 진학하고 싶어 재수를 택해 경쟁률(응시생)은 증가했다”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 등에 따른 불안도 종교시설을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위안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한다”며 “부모 세대는 익숙한 종교에, 자식 세대는 친숙한 문화에 기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