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비 회사 ‘차트웰 전략 그룹’을 이끄는 로비스트 데이비드 타마시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전화가 오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선)일이 빨리빨리 벌어진다는 점을 최고경영자(CEO)들과 국제적인 인사들은 불안해 한다”고 설명했다. 타마시는 2016년과 2020년 미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선거 후원금 모금 조직인 ‘트럼프 빅토리 펀드’에서 재무위원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친(親) 트럼프’ 로비스트다.
타마시가 이끄는 차트웰 전략 그룹은 현대자동차가 올초 새로 계약을 맺은 로비 회사다. 차트웰 전략 그룹은 미국 내에서 대표적인 공화당계 로비스트 회사로 꼽힌다. 주로 미국 민주당에 공을 쏟았던 현대차는 올초 트럼프 후보가 부상하자 공화당 쪽으로 무게 추를 옮기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친 민주당’ 로비 회사인 DLA파이퍼와는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계약을 종료하기도 했다.
12일 미국 로비자금 추적 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 1~3분기 차트웰 전략 그룹에 지급한 금액은 33만 달러(4억6000만원). 차트웰 전략 그룹은 전기차, 수소 연료 등 현대차가 벌이는 미국 사업과 관련해 현대차를 대신해 로비를 벌였다고 미 의회에 신고했다. 차트웰 전략 그룹은 최근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시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현대차 등 고객사에게 브리핑하기도 했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올초 트럼프 후보가 주목받기 시작하자 ‘K-스트리트’(워싱턴DC의 로비스트 회사가 많은 거리)에서 공화당 쪽 로비스트를 찾아왔다.
삼성전자는 미국 법인 삼성전자 아메리카에서 자체적으로 로비스트들을 고용하고 있는데, 올해 공화당과 관련 있는 인사들을 강화했다. 예컨대 올해 영입한 켈시 가이젤만은 미국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의 정책보좌관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 아메리카는 로비스트 9명을 고용하고 올 1~3분기에만 그들에게 48만9000달러(68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SK그룹은 올해부터 로비스트 회사와 계약하는 방식과 별개로 미국 법인 SK 아메리카에서 직접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방식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 대관을 강화했다. 기존엔 SK하이닉스 아메리카만 직접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SK 아메리카 로비스트 명단엔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일했던 인사, 상·하원 보좌진 출신 등이 포함됐다.
대선 뒤 트럼프와 ‘끈’ 있는 인사 찾기 분주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기업들의 손익 계산은 빨라지고 있지만, 우선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내 4대 그룹 중 한 곳 관계자는 “미국 법인에서 주로 대응을 하는데, 그쪽에서 트럼프 1기 때와 2기 때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신중하게 현장 분위기를 보면서 대응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선 결과 발표 뒤 트럼프 당선인과 ‘끈’이 있는 인사를 찾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은 빨라졌다고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로비스트 수수료가 올라가고 있다”며 미국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