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변속기·시트 생산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파업중단 선언 뒤 다시 게릴라 농성을 벌였다. 노사가 성과급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재교섭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노조 측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주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현수막·피켓을 동원한 농성을 벌였다. 한 달여 간 파업을 이어가던 노조는 지난 9일 파업 종료를 선언했고, 월요일인 지난 11일부터 정상출근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복귀 하루 만에 장외시위에 나섰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는 매출액의 2%다. 지난해 매출(11조7000억원) 기준으로 노조가 주장하는 성과급 총액은 2340억원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현대차와 같은 수준의 기본급(15만9800원) 인상도 요구했다. 사측은 현대트랜시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69억원인데,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성과급으로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트랜시스 노사는 지난 6월부터 10여 차례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8일 최대 사업장인 충남 서산 지곡공장을 시작으로 파업이 시작됐고, 지난달 11일엔 총파업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변속기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현대차 울산1공장 일부 라인이 중단되기도 했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기아 주요 차종에 들어가는 변속기를 연 400만개 가량 생산한다.
車회사 영업익 뛸 때, 부품사는 횡보
현대차그룹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차·기아가 사상 최대실적을 내도록 뒷받침해왔던 부품 계열사들이, 성장에 대한 과실을 고르게 나눠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 3%대였던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은 상승곡선을 그려 올 상반기 각각 9.5%, 13.14%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트랜시스는 영업이익률이 2.24%(2019년)→0.78%(2020년)→1%(2023년) 수준에 머물다가, 올 상반기 2.11%로 소폭 개선됐다. 현대모비스는 6.2%(2019년)→4.13%(올 상반기)로 줄었고, 현대위아는 1.39%→2.95%로 소폭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사업적 결정에 따라 이들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트랜시스의 매출은 2019년 7조6780억9600만원에서 지난해 11조6939억8000만원으로 52.3%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익은 1720억1600만원에서 1169억8800만원으로 외려 32% 줄었다.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움직임 속에서 수익률이 악화했고,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며 차입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은 역대 최대수준의 임금인상을 결정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7월 가장 먼저 기본급 월 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을 비롯해 경영성과금, 품질향상격려금 지급에 합의했다. 현대모비스는 같은 달, 기아는 지난 9월 사실상 비슷한 조건에 교섭을 마쳤다. 반면 현대위아는 지난 7월 상견례 이후 20여 차례의 단체교섭과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임원 연봉 20% 자진반납”
전문가들은 원칙과 기준에 따른 진정성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노조 측의 시위는 임금과 성과급 문제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자동차 전동화 흐름이 확대하면서 내연기관 부품 계열사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열사마다 보상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대화를 통해 노사 양측이 진정성 있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