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스위프’ 가능성에 날개 단 비트코인…코스피 시총 넘겼다

코스피와 원화 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지만, 반대로 암호화폐 시장은 불을 뿜고 있다. ‘크립토(암호화폐)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암호화폐 시장 부양에 나설 거란 기대감에서다. 특히 미국 공화당의 ‘레드 스위프(Red Sweep·대선과 의회선거에서 미국 공화당이 모두 승리하는 것)’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암호화폐 공약 실현 가능성도 더 커졌다.

9만 달러 임박 비트코인, 코스피 시총 넘어서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8만9599달러(1억2606만원)를 기록하며 역사상 처음 8만9000달러를 넘겼다고 보도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파죽지세다. 10일(현지시간) 8만 달러를 넘긴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이틀만에 10% 넘게 가격이 오르며, 9만 달러 달성을 눈앞에 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결정되기 직전인 지난 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6만9000 달러 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주일 새 약 30% 정도 가격이 급등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트럼프 랠리’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글로벌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암호화폐 데이터 업체인 코인게코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2021년 11월 초 이후 처음 3조 달러(4218조원)를 넘어섰다. 12일 종가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2022조6448억원)의 2배가 넘는다. 12일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1조7633억4151만 달러(약 2481조원)로 이 역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보다 많다.

암호화폐 열풍에 최근 국내 거래소의 하루 거래량도 국내 증시를 넘어섰다. 12일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지난 24시간 총거래대금은 21조5823억원으로 전날 코스피(11조2902억원)와 코스닥시장 거래 대금(6조9233억원) 합산액(18조2135억원)보다 많았다.

금 팔고 비트코인 매입 법안까지 준비

투자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지고, 암호화폐에 쏠리는 현상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구체적 정책으로 암호화폐 활성화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인 비트코인 국가 전략자산 보유 정책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이 지난 7월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당선되면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취득할 모든 비트코인을 100% 보유하는 것이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며 “이는 전략적 국가 비트코인 비축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금과 같이 국가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의미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관련 법안도 이미 준비되고 있다.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2024년 비트코인 법안’은 미국 행정부가 5년 동안 매년 20만개씩 총 100만개의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매입하고, 20년간 보유하도록 명시했다. 비트코인 총 발행량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해당 법안은 미국 연방준비은행들이 보유한 금을 팔아 비트코인을 매입하도록 명시했다. 연방준비은행이 보유한 금을 현 시세 가치로 다시 평가한 뒤, 재평가로 오른 금 보유 가치 분은 현금으로 바꿔 비트코인 매수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암호화폐 시장에 부정적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친(親)비트코인 인사를 위원장으로 앉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다만, 이런 공약들이 실현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만약 기대만큼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실망감에 암호화폐 시장이 갑자기 급락할 수 있어서다. 암호화폐 투자업체인 아우로스 르 시 홍콩 상무이사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때 한 약속은 매우 다양하며, 그가 얼마나 진지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