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양이 연기 인생 첫 오컬트 영화 출연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12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사흘’(14일 개봉) 언론시사회에서다. ‘사흘’은 최근 화가로서 창작 활동에 주력해온 그가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2019) 이후 오랜만에 배우로서 선보이는 신작. 스크린 복귀는 영화 ‘박수건달’(2013) 이후 11년만이다.
"오컬트 관심없다"던 박신양, 촬영 중 심령 체험
박신양은 “오컬트 장르에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아빠와 딸의 애틋한 감정을 다루는 휴먼드라마와 오컬트 장르의 공존에 신선함을 느껴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실제 딸을 둔 그가 절절한 부성애 연기를 미스터리 오컬트와 어울려냈다.
촬영이 진행된 건 4년 전이다. 연기자의 길을 결심한 후 연기론의 발원지 러시아 유학길에 올랐을 만큼 학구파인 그는 당시 "집중적으로 오컬트 영화들을 찾아보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선 초현실적 경험까지 했다. 승도가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병원 안치실에서 죽은 딸과 같이 있는 장면을 촬영할 때다. 원래 관리인을 내보내고 문을 닫으면 끝나는 컷이었다.
“(딸이 누운) 철제 침대가 갑자기 드르륵, 저절로 움직이는 거예요. 순간 NG인가 싶었지만 승도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뛰쳐나가 철제 침대를 붙들고 장면을 이어 찍게 됐죠. 촬영 끝나고 누가 철제 침대를 밀었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민 사람이 없는 거예요.”
시나리오에 없던 심령 장면의 탄생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한다면 ‘악마야, 고맙다’죠.” 박신양의 소감이다.
"10시간 회의 100회 하며 연구"
박신양은 “오컬트와 휴먼드라마, 두 장르가 몇 대 몇으로 작용해야 하는지 매 장면마다 수치화시켜 분석하고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10시간짜리 회의를 100회 정도 하며 연구했다”고 돌이켰다. 또 촬영 당시 중학생이던 상대역 이레와 어색하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기, 하고 싶은 말 해보기, 반말 쓰기 등 사전 연습으로 실제 부녀처럼 편안한 호흡도 빚어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현문섭 감독은 “어떤 장르든 연기 베테랑이어서 캐스팅했다”면서 “이성적인 의사 승도가 딸을 살리기 위한 신념으로 흔들리고 미쳐가는 과정을 잘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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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느냐는 질문 다음에 자동적으로 연기를 그만두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서 “저한테 연기와 그림은 똑같은 표현의 행위”라고 했다. 다만, “둘 중 뭐가 더 좋냐 그러면 선택이 어렵지만 그림이 더 좋다. 광범위하지만 굉장한 모험심을 자극하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렇게 통째로 끌어낼 수 있는 장르가 또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지만 재밌는 장르”라면서 “하지만 하나를 한다고 해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