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0년 이상 기다려온 재건축인데도 지역마다 “선도지구가 돼도 걱정”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부동산 시장이 다시 주춤한 데다 몇 년 후 재건축 사업성을 장담하긴 더 어려워서다.
‘승자의 저주’ 걱정하는 분당
분당은 이 지역 선도지구 공모 대상인 특별정비예정구역 67곳 가운데 47곳이 신청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선정 물량이 8000가구(최대 1만2000가구)인데 7배가 넘는 5만9000여 가구가 신청했다. 신청 구역의 평균 주민동의율은 90.7%에 달했다. 주민동의율이 95% 이상이면 선도지구 평가점수 100점 중 최대 60점을 가져갈 수 있다 보니, 일찌감치 동의율 95%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단지가 많다.
주민동의율 변별력이 줄어들자 주요 단지들은 공공기여 등 성남시가 선도지구 평가 항목에 추가한 가산점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공공기여 추가 제공(6점), 장수명주택 인증(3점), 이주대책 지원(2점) 등 가점항목을 대거 신청하면서다. 문제는 가점항목이 늘수록 사업성이 훼손되고, 공사비 상승 요인이 커져 주민 분담금은 올라가는 구조란 점이다. ‘일단 선도지구가 되고 보자’에 풀베팅했다가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분당의 한 재건축추진위원장은 12일 “가점항목을 추가해 자체 분석한 결과 분담금이 84㎡ 기준 가구당 최소 1억원 추가되고 착공 땐 더 늘겠더라”며 “주민 반발이 우려돼 줄이는 쪽으로 갔다. 하지만 이번에 선도지구가 못 되면 재건축이 기약 없다는 ‘공포’ 탓에 가산점을 최대치로 계산해 신청한 단지도 꽤 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정자동에서 만난 한 50대 주민은 “덜컥 선도지구에 선정됐는데 분담금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면 이걸 무를 수도 없고 주민 갈등만 커질 판”이라며 “재건축추진위도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고 일단 되고 보자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산 “용적률 높여달라”
재건축은 통상 용적률 상향을 통해 일반분양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업성을 높인다. 일반분양을 많이 늘려야 조합원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산은 분당 등에 비해 집값도 높지 않은데 용적률 상향도 안 돼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일산 마두동 강촌마을1단지 30평대 평당가격이 2030만원대,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는 5200만원대로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평당 가격이 낮아 분양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주민들은 분담금 폭탄 우려가 가장 크다. 집회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재건축 핵심이 용적률인데 일산이 5개 신도시 중 가장 낮다”며 “선도지구가 돼도 주민 분담금이 커서 재건축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희 일산재건축추진협의회 임시위원장은 “고양시가 제시한 기준용적률을 적용하면 30평대 기준 가구당 최소 3억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며 “현재의 기준용적률은 오히려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촌(204%)·중동(226%)·산본(205%) 등은 현재 평균용적률 수준이 높다 보니 분당·일산에 비해 애초에 사업성 기대가 낮은 편이다. 그나마 집값이 받쳐주는 평촌에선 선도지구 선정 기대감이 있지만 중동, 군포는 대체로 ‘정중동’ 분위기였다.
“정부·지자체는 뒷짐만”
일산 주엽동에 사는 한 주민도 “일산은 인근에 3기 신도시, 그린벨트 해제 등 정부가 공급대책만 쏟고 있다”며 “사업성은 제쳐두고 시가 제시한 정비계획안을 따르라는 식”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로선 분담금 추정이 어려운 데다 공공기여 등 변수까지 많아 주민들이 깜깜이 경쟁을 하는 느낌이 들 것”이라며 “지자체가 공공기여 관련해 세부 정보를 제시할 필요할 있다”고 짚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선도지구가 돼도 재건축은 사업성이 안 나오면 10년 이상 걸린다”며 “정부가 선도지구 2027년 착공 시간표를 제시했지만 이주 대책도 마련되지 않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