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통계청은 이런 내용의 ‘2024년 10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84만7000명으로 전년동기(2876만4000명)보다 8만3000명(0.3%)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명을 밑돈 건 지난 6월(9만6000명 증가) 이후 4개월 만이다.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고용 지표에 악영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고용 지표는 보통 경기의 후행지표로 해석된다.
지난달 취업자를 산업별로 나눠 보면 내수와 밀접한 도매및소매업(-14만8000명)·건설업(-9만3000명)·농림어업(-6만7000명)·제조업(-3만3000명)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특히 도매및소매업의 경우 낙폭이 3년3개월 만에 가장 깊었다.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기도 하다. 내수 침체뿐만 아니라 온라인화·무인화·대형화 등 구조적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소매 취업자 감소 상황이 도매까지 확장된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에서는 취업자가 늘었다.
연령별로는 20대(-17만5000명)와 40대(-7만2000명)에서 취업자 수가 많이 줄며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20대는 2022년 11월(-4000명) 이후 2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40대는 28개월 연속 감소세다. 2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감소세인 건 해당 연령층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영향이 크다는 게 통계청의 시각이다. 40대의 경우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4050 세대에 대한 정리해고 등이 늘어나는 ‘신 사오정’ 현상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30대와 50대, 60세 이상 취업자는 늘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가 9만1000명, 임시근로자는 10만5000명 각각 증가했다. 반면 일용근로자는 10만명 줄었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만4000명 늘었지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7000명 감소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간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23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 수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취업자 증가 폭 전망치를 20만명에서 18만명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내년 이후 취업자 증가폭은 지속적으로 축소될 전망(천경록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이다. 그간 저출산 현상이 누적하면서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서다.
이날 기재부는 “고용증가 속도가 조정받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요 고용지표는 양호한 모습”이라며 고용 시장의 밝은 면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63.3%)과 경제활동참가율(64.7%)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실업률(2.3%)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주요 지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정적인 부분이 적잖다. 역대 최고라는 고용률만 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6%로 전년동월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청년층 실업률은 5.5%로 0.4%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608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1000명 늘었다.
특히 ‘쉬었음’ 인구가 244만5000명으로 20만7000명 증가한 게 주효했다. 역대 10월 가운데 최대치이기도 하다. 연령별로 구분하면 60세 이상에서 10만명, 20대에서 5만4000명, 30대에서 4만7000명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 가운데엔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구직 의사 자체를 접은 ‘니트족’이 포함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 노력과 취약 부문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