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가 ‘일본의 기술 주도권 회복’을 함께 외치고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에 기반한 일본 최대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양사가 협력해 5G 통신에 AI를 결합하기로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일본을 AI로 리셋(재설정)하겠다”하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이 미국·중국에 넘겨준 기술 주도권을 회복할 기회”라고 화답했다.
日 기술 부활에 불 지핀 젠슨 황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일본 전역에 AI 그리드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통신망을 깔듯, AI 인프라를 깔아 그 위에서 각종 AI 응용 서비스가 이뤄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통신과 AI를 결합한 응용 사례로 자동차 주위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AI 자율주행 제어, 공장 내부 상태를 인간 눈으로 보듯 파악해 보고하는 산업용 AI 비서 등을 제시했다.
손정의 “일본 ‘리셋 버튼’ 누른다”
황 CEO는 “일본은 세상에서 메가트로닉(전자·로봇 등 첨단제조)을 제일 잘 하는 나라인데, 지난 30년간 소프트웨어에서 서구와 중국에 뒤쳐졌다”라며 “AI로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일본이 잡아야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게임·로보틱스·바이오 등 전문성에 AI를 결합하라”라고 조언했다.
손 회장은 넷버블 붕괴 후 일본이 ‘모노즈쿠리’(장인 정신에 기반한 제조문화)만 강조하며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부정해 창업자들의 열정을 짓눌렀다며, “AI로 이 열정을 되살리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를 과잉 규제하는 나라들이 있는데, 일본 정부는 그렇지 않다”며 “일본이 새 혁명을 따라잡을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황 CEO는 “일본이 없다면 오늘의 엔비디아는 없었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엔비디아 초기 SEGA 같은 일본 게임사가 엔비디아의 게임용 GPU를 활용했고, 도쿄 공대가 처음으로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한 사례 등도 언급했다.
두 사람은 대담에서 과거 엔비디아 주식을 매입해 비상장사로 만들거나 소프트뱅크-엔비디아를 합병하는 등 지배 구조와 투자를 논의했던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황 CEO가 “마사(손회장)는 한때 엔비디아 최대주주였다”라고 말하자 손 회장은 “오 마이 갓”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2019년 전량 매도했다.
각국 순방하며 ‘자체 AI’ 강조하는 젠슨 황
황 CEO는 각국을 방문해 “자체 AI 인프라를 구축해 자체 AI를 개발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3주 전에는 인도에서 AI 써밋을 열고 인도 최대 기업 지오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과 대담했고, 연말까지 인도 내 GPU 배포량을 10배 늘리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덴마크가 엔비디아 기반으로 구축한 AI 슈퍼컴퓨터 ‘게피온’의 가동식에 덴마크 국왕과 함께 참석했다.
젠슨 황 “블랙웰에 SK하이닉스·마이크론 HBM3E 들어간다”
엔비디아가 연내 출시할 블랙웰에는 HBM3E 8단, 내년 출시할 블랙웰 울트라에는 HBM3E 12단이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