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펀드가 6조원을 들여 첨단 웨이퍼 제조시설을 중국에 짓고, 엔비디아 출신이 세운 ‘중국판 엔비디아’는 ‘중국판 나스닥’에 상장 신청서를 냈다. 미국의 제재로 TSMC가 중국과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거래를 끊자 ‘반도체 굴기’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중국 AI 반도체 회사 무어 쓰레드의 AI 가속기. 사진 moore threads
1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옌동반도체(YDME)와 디스플레이 1위 업체 BOE를 주축으로 330억 위안(6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12인치 웨이퍼 제조기지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2인치 웨이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첨단 반도체 생산에 사용된다.
국영 베이징 전자기업에 베이징 국유자산관리 등 국영 펀드와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이 200억 위안(3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출 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YDME가 25%, BOE가 10% 지분을 갖게 된다.
목표는 반도체 중국 내 생산 비율을 현재의 16.7%에서 2026년 21.2%까지 끌어 올린다는 것. 중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인 상하이 못지않게, 베이징에도 반도체 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엔비디아’를 자처하는 중국 스타트업은 최근 중국의 나스닥이라 불리는 상하이 증시 스타마켓에 상장(기업공개) 신청서를 냈다. 엔비디아 중국 총괄 부사장 출신이 지난 2020년 창업한 ‘무어 쓰레드’다. SCMP와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엔비디아처럼 기업용·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으로 하며, 이 회사의 AI 가속기는 엔비디아 구형 모델 A100의 60% 수준의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 A100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품목이다.
무어 쓰레드는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수출 규제 명단에 포함됐으나, 아랑곳 않고 중국 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창업 후 세쿼이아 차이나, 텐센트, 바이트댄스, 차이나모바일 같은 중국 대형 자본이 이 회사에 50억 위안(약 963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상하이 푸동의 SMIC 건물 전경. AFP=연합뉴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제재로 중국에는 미국·유럽의 첨단 반도체용 장비가 반입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은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지난 3분기 12인치 생산 가동률이 100%에 달했고 회사 매출의 78.5%가 12인치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기술 전문 매체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중국의 반도체 특허 출원은 전년 대비 42% 증가해, 세계 평균 증가율(22%)을 상회했고, 모든 지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