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세상에 이런 일이…" 파리머리요리(?) 창잉터우

세상에 파리 머리만 똑 잘라 모아 요리한 파리 머리 모듬요리가 있을 수 있을까?
파리를 먹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그것도 머리만 잘라서 요리했다니 상상만 해도 구역질 나는데 실제로 이런 음식이 있다. 

창잉터우(蒼蠅頭)

창잉터우(蒼蠅頭)

창잉터우(蒼蠅頭)라는 요리다. 중국어로 창잉(蒼蠅)은 파리, 터우(頭)는 머리니까 파리 머리 요리다.

이 음식, 타이완에 가면 먹을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입소문 따라 호기심 좇아 일부러 찾아서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중국 음식 중에는 이런 괴기한 요리(?)가 가끔 있다. 그중 일부는 실제로 존재하는 음식이고 일부는 과장됐거나 부풀려 날조된 요리다.

이를테면 전설처럼 전해지는 별미 요리로 소문난 모기 눈알 요리도 그중 하나다. 모기 눈알이 너무 작아 일일이 채집할 수 없기에 모기를 잡아먹는 박쥐 똥을 수집해 체로 걸러 모기 눈알만을 모았다는 요리다.


그러면 모기 눈알 요리가 실제 있었을까? 일단 기록에는 없다. 아마 일본에서 만들어 낸 이야기로 추정된다.

중국에 야명사(夜明砂)가 있는데 이것이 모기 눈알 요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명사는 옛 중국 의학서에 나오는 약재로 박쥐똥(蝙蝠矢)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밤눈을 밝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약재인 야명사의 주재료가 모기 눈알이라고 하는데 실제 그런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모기 눈알을 모야 음식으로 먹었다는 기록은 더더욱 없다.

전설의 요리 중에는 원숭이 머리 혹은 원숭이 골 요리도 있다. 문헌에도 보인다. 명나라 때 『오잡조』에 영남 지역에서는 원숭이 머리를 먹는다고 나온다. 중국에서 영남은 지금의 광둥 성 일대다. 실제 옛날 광둥에서 먹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록으로는 이역만리 먼 곳에서는 별것을 다 먹는다는 느낌으로 쓴 것 같다.

청나라 황제들이 원숭이 머리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만주족과 한족의 요리가 총동원되는 만한전석이라는 잔치에 원숭이 머리 요리가 나온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청나라 황실에서 주관한 잔칫상 요리 목록에도 원숭이 머리가 보이고 청나라 말 황제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서태후를 보필한, 지금으로 치면 비서실장을 지낸 덕령이 쓴 『어향표묘록』에도 원숭이 머리 요리가 나온다.

얼핏 청 황제들이 진짜 원숭이 머리를 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기록에 보이는 원숭이 머리는 사실 원숭이 머리 버섯이다. 울창한 만주 숲속에 살던 여진족, 다시 말해 만주족이 즐겨 먹었다는 버섯이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노루궁뎅이 버섯과 비슷한 종류라고 한다. 그러니 청 황실에서 먹었다는 원숭이 머리 요리는 실제는 버섯 요리였던 것이다.

오리 혓바닥 요리, 전갈 튀김 요리도 있다. 오리 혀만 따로 모아 접시에 소복이 담아 먹거나 전갈을 바삭하게 튀겨 먹는다. 이 두 요리는 지금도 실제로 있다. 북경 오리구이로 유명한 북경의 전취덕이라는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다.

그러면 파리 머리 모듬요리 창잉터우는 실제 어떤 음식일까? 
이 요리는 20~30년 전 타이완에서 생겨난 음식이라고 한다. 타이완의 한 언론사에 다니던 기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 쓰촨 성으로 요리 공부를 떠났다. 그리고 돌아와 타이베이에서 사천 음식점을 열었다.

이 음식점에서는 부추를 이용한 음식을 많이 만들었는지 항상 부추꽃대가 남았다. 쓰고 남은 부추 꽃대를 그냥 버리기 아까워하다가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올랐다. 부추 꽃대를 잘게 자르고 다진 고기와 검은 콩으로 담근 된장 그리고 고추 등을 섞어 새로운 요리를 만들었다.

이 음식을 종업원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는데 하나같이 반응이 좋았다. 음식점의 새 메뉴로 추가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시식을 해 본 고객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기에 새로운 요리의 이름을 정해 본격적으로 영업하기로 했다. 이때 결정된 이름이 창잉터우, 파리 머리 요리다.

왜 이렇게 황당한 요리 이름을 지었을까 싶은데 이유는 간단했다. 요리 중에서 된장에 박힌 검은콩이 유난히 돋보였고 마치 파리 머리 같았다. 창잉터우라라는 이름은 그래서 나왔다고 한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작명인데 이런 이름을 짓게 된 의식의 배경이 궁금하다. 극단적인 미식 추구가 만든 엇나간 이름일까, 역사적으로 이민족의 특이한 별미를 받아들였던 문화적 다양성의 산물일까? 어쨌거나 파리 머리 모듬요리라는 창잉터우, 이름이 너무나 엽기적이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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