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운전석과 비슷한 느낌…4세대 '아빠 차' 직접 타보니 [주말車담]

기아 4세대 카니발 연식변경모델인 ‘The 2025 카니발’은 전면부 그릴을 키웠다. 사진 기아

기아 4세대 카니발 연식변경모델인 ‘The 2025 카니발’은 전면부 그릴을 키웠다. 사진 기아

 
기아 카니발은 1998년 출시된 후 26년간 세계적으로 260만대 이상 판매됐다. ‘아빠 차’ ‘국민 패밀리카’란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미니밴 형태라 공간이 넉넉하면서도 승용차와 비슷한 조향성을 갖췄다.

지난해에 기아는 가솔린·디젤에 이어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내놓으며 카니발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카니발은 4세대 모델이다. 기아는 2020년 4세대를 출시한 뒤, 페이스리프트(디자인 개선)와 제품 성능을 개선한 연식변경모델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 카니발을 몰고 서울~강원 평창 300㎞ 구간을 직접 운전해봤다.

4세대 카니발은 전면부 그릴을 키워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시도한 게 느껴졌다. 시승 차량은 9인승이었는데, 3열까지는 두 좌석씩 독립 시트가 있었다. 마지막 세 좌석은 트렁크 팝업 시트로 구성됐다. 팝업 시트를 꺼내는 건 그리 어렵진 않았다. 3열까지는 주먹 2개쯤은 들어갈 정도로 레그룸이 넉넉했지만, 4열은 여유 공간이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9인승 카니발의 가장 큰 장점은 6명 이상 탑승했을 때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아 카니발 9인승 트렁크의 끈을 잡아 당기면 팝업 시트를 꺼낼 수 있다. 고석현 기자

기아 카니발 9인승 트렁크의 끈을 잡아 당기면 팝업 시트를 꺼낼 수 있다. 고석현 기자

9인승 카니발은 3열까지 주먹 2개가 들어갈 정도의 레그룸이 있다. 팝업 시트를 꺼낸 뒤 4열은 여유 공간이 없는 게 아쉬웠다. 고석현 기자

9인승 카니발은 3열까지 주먹 2개가 들어갈 정도의 레그룸이 있다. 팝업 시트를 꺼낸 뒤 4열은 여유 공간이 없는 게 아쉬웠다. 고석현 기자

 
운전석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차량의 덩치가 크다고 운전이 더 어렵지는 않다는 의미다. 콕핏(운전석 전면부 틀)엔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조작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슬라이드 도어 열림·닫힘 조작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The 2025 카니발’의 운전석은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슷하게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적용됐다. 사진 기아

‘The 2025 카니발’의 운전석은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슷하게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적용됐다. 사진 기아

기아 카니발 시승 차량은 9인승이었는데, 3열까지는 두 좌석씩 독립 시트가 있다. 마지막 세 좌석은 트렁크 팝업 시트로 구성됐다. 고석현 기자

기아 카니발 시승 차량은 9인승이었는데, 3열까지는 두 좌석씩 독립 시트가 있다. 마지막 세 좌석은 트렁크 팝업 시트로 구성됐다. 고석현 기자

 
운행 성능은 생소했다. 가솔린 차량임에도 운행 중 ‘차가 힘을 못 받는다’는 느낌이 여러 차례 들었다. 시속 0~60㎞ 정도의 시내 주행에선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고속도로에 들어서 시속 60㎞를 넘어설 때는 속도가 더 나기까지 다른 차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 ‘웅~’ 소리를 내며 힘이 붙었다. 시속 100㎞를 넘어설 땐 소음과 진동이 약하게 느껴졌지만, 운전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기아는 지난달 연식변경모델 ‘The 2025 카니발’을 출시했다. 차로 중앙 유지 성능을 높인 ‘차로 유지 보조(LFA) 2’, 정전식 센서 스티어링휠 감지 등 안전·편의사양을 확대 적용한 게 특징이다.  

옛 기아차 마지막 작품…정몽구 직접 분해도

기아차가 1997년 11월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에서 미니밴 '카니발'(뒤)와 스포츠형세단 '슈마' 등 신차를 선보였다. 중앙포토

기아차가 1997년 11월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에서 미니밴 '카니발'(뒤)와 스포츠형세단 '슈마' 등 신차를 선보였다. 중앙포토

 
1998년 초 출시된 카니발은 옛 기아자동차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다. SUV 스포티지와 함께 기아의 헤리티지 격인 차량이다. 기아는 1997년 외환위기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고, 이듬해 말 현대차에 넘어갔다. 카니발은 기아의 ‘주 전공’ 같은 차량이기도 하다. 정부는 1981년 차량업계의 과잉투자를 막는다며 자동차공업통합조치(산업합리화)를 시행했고, 기아차는 중소형화물차·버스만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때 승합차 ‘봉고’ 미니밴 ‘카니발’ 등으로 내공을 쌓았다.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석 달만인 1999년 3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소비자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카니발을 직접 분해하고 시운전하며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토록 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초기 품질문제를 해결한 덕분에 카니발은 대한민국 대표 미니밴으로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다.

‘카니발’이란 이름이 없어질 뻔 한 일화도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아차 사장 시절(2005~2008년) 기획한 세단 K7·K5 등이 히트를 하자, SUV 라인업까지도 ‘K시리즈’에 편입시키려 했다. 현대차 제네시스 SUV 라인업이 GV60·GV70·GV80인 것처럼, 그때 정 회장은 카니발·스포티지도 ‘KV00’이란 이름을 적용하려 했다. 당시 기아 임원들의 “실적이 좋은데 괜히 이름을 바꾸면 오히려 쌓아둔 인지도가 다 날아갈 수 있다”는 반대했고, 정 회장이 수용하며 카니발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더중앙플러스-정의선 연구 ‘최고급 식당서 “밥값 다 내겠다”…뇌과학자가 만든 K7 반란’〉.

기아가 지난 21일(현지시간) ‘2024 LA오토쇼’에 전시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콘셉트 모델 'PV5 위캔더' 모습. 로스앤젤레스=고석현 기자

기아가 지난 21일(현지시간) ‘2024 LA오토쇼’에 전시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콘셉트 모델 'PV5 위캔더' 모습. 로스앤젤레스=고석현 기자

 
기아는 카니발을 넘어 목적기반모빌리티(PBV)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PBV 콘셉트 모델인 PV1·PV5·PV7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기존 승합·화물차를 특수목적 차량으로 바꿀 때 개조가 쉽지 않았지만, PBV는 모듈러 시스템을 적용해 설계단계부터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게 특징이다. 이들 차량은 이르면 내년부터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