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도움에 심장 다시 뛴 60대…4명에 새 삶 주고 떠났다

고(故) 김정애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고(故) 김정애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출혈로 쓰러진 60대 여성이 시민들의 심폐소생술로 심정지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뇌사 상태에 빠져 4명에게 장기를 나눠주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김정애(68)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와 간, 좌우 신장을 4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6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가 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재빨리 심폐소생술을 하고, 구급대원들도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조치한 덕분에 김씨는 심정지 상태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유족은 김씨가 마지막에 받은 따뜻한 도움들을 생각하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유족은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린다는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며 "기증을 할 수 있던 것은 주저 없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도와주신 시민들,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 그리고 치료를 잘해주신 의료진 덕분"이라고 했다.

고인은 생전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힘든 일 앞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평소 음악을 좋아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했다. 주말이면 교회에 가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인의 아들은 "언제나 밝게 웃으시는 모습만 생각난다"며 "이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지만, 하늘에서는 더 밝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란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며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결심해 준 기증자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 나눔에 감사드린다"며 "이런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