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날 오전 전략실 주관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따라 계열사별로 예상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등은 따로 회의를 소집하진 않았지만, 일부 직원들이 밤샘 근무를 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계엄선포에서 해제까지는 6시간에 불과해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대형마트는 이날 직원들이 정상 출근했으며 영업도 제 시간에 맞춰 시작했다. 쿠팡, SSG닷컴, 컬리 등 이커머스 업계의 물류 배송도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생필품에 대한 주문이 늘어나긴 했지만, 계엄이 해제된 이후 새벽과 오전 배송이 대부분이어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계엄 해제에도 엄혹한 분위기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에서는 6개 야당이 공동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모임과 소비가 집중되는 화기애애한 연말 분위기가 사라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촛불집회 같은 대규모 집회가 있거나 정국이 어수선해지면 소비는 줄어든다. 연말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연말 대목을 실적을 끌어올리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왔다. 대규모 세일과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들이 집중된다. 하지만 현재분위기에서는 계획대로 모든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연말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물건은 사겠지만, 연말 선물이나 외식 같은 데에는 지갑을 덜 열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신규 마케팅이나 행사를 할 수 있는지는 사회 분위기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국·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까지 호텔 예약을 취소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진 않는다. 하지만 관련 문의는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투숙객 중에서 어떤 상황인지를 묻는 문의가 종종 있으며, 투숙이 예정된 고객들이 e메일로 안전에 대한 문의를 해온 경우도 일부 있었다”라며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관광·여행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