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재와 제작 방식을 향한 끝없는 실험 정신으로 의류계의 혁신을 일군 스톤 아일랜드. 고도의 기술로 철저히 기능성에 집중한 브랜드의 정체성은 40년이 넘는 여정 동안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산업 분야의 신 기술을 적용한 메탈 메쉬 PVD 나노테크놀로지 재킷,
스톤 아일랜드는 1982년, 디자이너 마시모 오스티가 이탈리아 모데나 지방의 작은 마을인 라바리노에 섬유와 직물을 연구하는 센터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는 예전부터 직물의 염색과 가공에 관심이 많았는데, 소재와 생산 방식에서 가장 실험적인 연구를 시도한 브랜드가 바로 스톤 아일랜드다. 첫 번째 컬렉션은 군복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트럭 방수포를 수차례 워싱해 얻은 테라 스텔라(Tela Stella) 원단을 사용해 주목받았다. 스톤 아일랜드의 상징인 ‘배지’는 소매 바깥 부분에 달려 완장처럼 보이는데, 이 나침반 모양의 심볼은 바다와 항해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스톤 아일랜드는 40년 동안 섬유에 대한 연구 및 실험을 거듭해 온 덕분에 독특하고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사진 스톤 아일랜드]
스톤 아일랜드를 택한다는 건 혁신을 입는 것과 같다. 독특한 소재와 그에 어울리는 독창적인 재단, 실용적인 디자인은 곧 안목 있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섬유와 직물에 대한 연구는 브랜드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테스트를 거치며 옷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지금까지 자체 개발한 염색 법만 약 6만개. 기존 제작 방식을 탈피해 옷감을 재봉한 뒤 염색하거나 옷으로 쓰이지 않던 실을 적용하기도 한다.
디자인은 철저하게 옷의 실용과 기능에 집중돼 있다. 단순한 철칙이지만 이점이 오히려 브랜드를 ‘힙하게’ 만든 요소다. 옷의 형태는 유니폼 혹은 작업복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그만큼 활동하기 편하다는 게 입어본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스톤 아일랜드는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또 한 번 실험적인 모델을 선보였다. 5일 공개된 메탈 메시(Metal Mesh)는 액체 금속이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인 후드다운 재킷이다. 고강도의 코듀라 원단 위로 실크와 비슷한 얇은 소재인 오간자를 두 겹 덧대었다.
나노 기술을 활용한 메탈 메쉬 PVD 나노테크놀로지 재킷, [사진 스톤 아일랜드]
이때 나노 기술을 활용해 알루미늄을 주입해 실에 금속 성분이 흡착되도록 제작했다. 이 기술은 산업 분야에서 차용한 것으로, 고체 상태의 금속을 기화시킨 후, 원단에 나노미터 필름을 증착한 결과다. 두 겹의 금속층은 화려한 반사 효과를 내며 일정한 무늬가 겹쳐서 형성되는 ‘무아레 패턴’이 나타난다. 재킷 전체가 순수한 금속 액체처럼 보이는 시각적 효과로 어디서든 눈에 띈다. 첨단 기술이 만든 미래의 재킷. 원단 사이에는 최고급 다운 깃털로 속을 채웠다.
재킷 전체가 순수한 금속 액체처럼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특징이다. [사진 스톤 아일랜드]
20세기의 발명품, 나일론은 가볍고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경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석유 기반 원료로 만든 합성 섬유라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 아니라 자연분해가 느린 관계로 많은 양의 폐기물이 지구에 쌓이기 때문이다.
나일론 메탈 인 에코닐 재킷을 입은 페기 구. [사진 스톤아일랜드]
나일론 메탈 인 에코닐(Nylon Metal in Econyl)은 지속가능한 신소재인 ‘에코닐’ 재생 섬유로 만들었다. 폐기된 나일론을 재활용해 생산하는 재생 섬유는 일반 나일론과 특징이나 기능 면에서 동일하다. 여기에 ‘가먼트 다이’ 염색을 입히는데 옷을 제작한 뒤 염색하는 공정으로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고급스러운 빈티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속 가능한 소재로 탄생한 나일론 메탈 인 에코닐 재킷. [사진 스톤 아일랜드]
특수 단열 혼방 소재로 패딩의 단열성을 높였으며, 깃털 충전재가 옷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염색 공정에서 특수 처리를 했다. 후드가 달린 기본적인 스타일의 패딩 재킷이지만 원단의 씨실과 날실을 다른 색으로 조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보이는 ‘이리데슨트’ 효과로 특별함을 살렸다.
1989년 스톤 아일랜드는 폴리에스터 원단을 사용한 열감지 재킷을 최초로 선보였다. 이제는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된 ‘아이스 재킷’의 시작이다. 외부의 온도 변화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방식으로 노란색이 녹색으로, 흰색이 파란색으로 온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은 마치 카멜레온처럼 보였다. 아이스 재킷 컬렉션은 브랜드에서 자체 아카이브로 관리할 만큼 중요한 모델이며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빈티지를 수집할 만큼 인기가 높다.
지구 위성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이 특징인 어스 매핑 카모플라주 아이스 재킷. [사진 스톤 아일랜드]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어스 매핑 카모플라주 아이스 재킷(Earth Mapping Camouflage Ice Jacket)은 지구 위성에서 영감을 얻은 카모플라주 무늬가 특징이다. 고밀도로 직조된 100% 리사이클 소재로 만들었으며 안쪽 면은 레진 코팅 처리하고, 겉면은 감열 물질을 입혀 추위에 노출되면 색상이 변한다. 스냅 버튼으로 탈부착할 수 있는 마스크가 내장되어 있으며 최고급 다운을 사용해 극한의 추위에도 안전하게 몸을 보호한다.
(왼쪽부터) 글러브즈 인 나일론 메탈 인 에코 닐, 삼각 모양의 마이크로 트윌 백팩, 울 소재 비니인 풀 립 RWS울. [사진 스톤 아일랜드]
이밖에 겨울 코디에 매칭하면 좋을 액세서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벼움이 특징인 ‘다비드 라이트’ 소재로 만든 삼각 모양의 마이크로 트윌 백팩, 나일론 패딩 재킷과 같은 라인으로 출시된 글러브즈 인 나일론 메탈 인 에코닐, 소맷단 부분에 로고가 포인트인 울 소재 비니인 풀 립 RWS울이 홀리데이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이소진 기자 lee.soj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