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 가옥으로 불러 계엄 사전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군이 장악할 기관과 체포 대상 인물 등 지시 사항을 적은 A4 한 장 문서까지 조 청장 등 참석자에 나눠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조 청장과 김 청장 등을 소환해 3일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진술로 확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계엄 선포 약 3시간 전인 오후 7시쯤 네 사람이 대통령 안가에서 만났고,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지시 사항이 하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열 줄가량의 지시문에는 계엄 선포 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MBC, 여론조사 꽃 등 10여곳을 접수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10시 23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어 포고령 1호를 발령한 뒤에도 오후 11시 37분쯤부터 6차례에 걸쳐 조 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국회의원을 체포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조 청장은 “계엄 선포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고 당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쯤까지 공관에 머물렀다”고 주장해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경찰 조사에서 조 청장은 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뒤 국회 등에서 우발 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국회의원 체포 등 불법적인 지시는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도 처음엔 국회 경비 강화 등을 지시했지만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국회의원 등을 들여보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수단은 11일 오전 4시쯤 두 사람을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국수본, 대통령실·합참 압수수색 시도…거부로 사실상 무산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장소로 대통령실 내 국무회의실, 경호처, 101경비단, 합참 지하3층 통합지휘실 등을 포함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칩거 중인 한남동 대통령 관저는 빠졌다. 대상엔 계엄 발령 국무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출입기록, 국무회의록, 국무위원 배치도 등을 넣었다. 또 특수단은 계엄사령부가 차려졌던 합참 전투통제실과 그 안에 있는 결심실 등의 시설과 장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합참 모두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형사소송법상 군사상·공무상 비밀 장소의 경우 시설 책임자의 사전 승낙이 필요하다는 규정을 들어 수사관 진입을 거부한 것이다. 대신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했다. 압수수색 착수에 들어간 지 약 8시간만에 나온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