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의욕 많이 생기셨네" 친명은 '월담 우원식' 의심스럽다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18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3사단 백골 OP에서 정재열 3사단장에게 북측 지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1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18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3사단 백골 OP에서 정재열 3사단장에게 북측 지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1

 
친명(이재명)계 사이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존재감이 커진 우 의장이 정치인 신뢰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면서다.

지난 10~12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정치인 신뢰도 조사(성인 1002명 대상)에서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56%로 이 대표(41%)를 앞섰다. 특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이 대표는 51%로 나타났지만, 우 의장은 26%로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정치권에서는 우 의장이 비상계엄 해제 표결 등 국회 일정을 진두지휘하며 신뢰도를 높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권의 명분을 얻은 것 같다”(민주당 중진의원)는 평가도 있었다. 

우 의장은 그동안 선수에 비해 크게 주목받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비상계엄 해제 표결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 그의 활동 반경은 넓어졌다. 지난 18일 전방 군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고, 19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22일에는 본인의 지역구인 노원구 공릉동에 개소한 ‘현장 민원실’ 운영도 재개했다. 친명계 의원은 “엄중한 시기에 여야를 다독이며 의장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인데, 요새 의장이 의욕이 커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중앙일보 김현동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중앙일보 김현동

   
그간 여야를 조율하는 역할을 주로 했던 우 의장은 직접 움직이거나 목소리를 내는 일도 잦아졌다. 민주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23일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다독여 협의체 참여를 수용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여·야·정 협의체’에 우 의장이 참여하는 것을 두고도 민주당 일각에서는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협의체에는 국회의장의 역할이 따로 있진 않을 것 같다”며 “이보다 격이 더 높은 협의체에 들어오는 게 맞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우 의장이 친명계가 반대하는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도 민주당 내에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개헌 카드가 국민의힘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지연 전략인 것을 알면서도 의장이 모르는 척 하는 것 같다”며 “개헌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우 의장을 향해 국회 본회의를 오는 26일부터 6일 연속으로 열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 및 부처 장관들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우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2년 임기 끝나고 민주당으로 다시 돌아올 것 아니냐’, ‘포스트 이재명이든, 동시대의 정치인이든 의장님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앞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김성룡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앞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도 “월담 의장 우원식에게 먹금(먹이주기 금지)하자”, “정치 브로커들이 붙어서 헛바람을 넣으면 어떡하냐”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