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관세 인상에 대비해 위안화 약세를 허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중국 외환시장 특성상 평가절하는 눈에 띄는 변화다. 현재 역내 위안화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매일 내놓는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위아래 2%내에서 거래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의 고관세 위협에 맞서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는 게 로이터 분석이다. 트럼프는 대선기간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대통령에 당선한 뒤엔 펜타닐 등 마약의 미국 유입을 이유로 중국에 10% 관세를 더 부과한겠다고 했다.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중국 기업의 수출 가격이 낮아져 관세 영향은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내 자본유출을 자극하고 위안화 추가 하락으로 글로벌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은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 격화되면 위안화가치가 1달러당 7.5위안까지 급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CNBC에 따르면 13개 IB의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2025년말까지 역외 위안화는 달러당 평균 7.51위안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4년 이후 최저치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관세 정책에 위안화 가치는 요동쳤다. 중국산 수입품 중 절반 가량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 위안화는 15개월 여만에 15% 급락했다. 관세정책 발표 직전인 2018년 4월 초 위안화는 달러당 6.2위안대였지만, 2019년 8월 초엔 7.1위안까지 추락했다.
중국 위안화가치가 흔들리면 아시아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웰스파고의 외환 전문가인 브렌던 맥케나는 “중국이 통화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 압박을 받으면 아시아 지역에도 전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온갖 악재가 겹친 국내 외환시장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은 투자자의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 탄핵 정국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과 함께 위안화 약세는 원화가치 하락을 압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1기 때도 미ㆍ중 무역 전쟁에 따른 위안화 약세는 고스란히 원화에 영향을 줬다”며 “위안화가 급락하면 원화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중국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에 위안화 가치가 1달러당 7.5위안선까지 밀려나면 원화값도 1달러당 1450원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