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진종오 최고위원과 한지아 수석대변인도 이날 탄핵에 찬성하면서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김재섭 의원을 포함해 여당에서 탄핵 찬성 의원은 7명이 됐다. 여기에 당내 최소 24명이 “다음 탄핵안 표결엔 참석한다”고 밝힌 터라 14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화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부결 노력(5일)→조속한 직무정지(6일)→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9일)→2~3월 조기하야 로드맵(10일) 등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으나, “탄핵을 찬성하냐”는 물음엔 말을 아껴왔다. 한 대표는 이날 ‘말이 너무 바뀐다’는 취재진 물음에 “어떤 것이 나은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과정에서 국민께 답답함을 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의 의지가 당론(黨論)이 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주재한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론을 뒤집기 위해선 의총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여전히 당내 ‘탄핵 찬성’ 의견은 그에 못 미친다. 이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친윤계 권성동 원내대표는 “제가 원내대표가 되기 이전에 탄핵안을 부결하자는 게 당론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되면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당내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 양상은 거칠어지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비판하자, 친윤계 의원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그냥 내려와라” 등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탈당·제명 논의를 위한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한 데 대해서도 권 원내대표는 “윤리위를 소집해서 제명하는 것보다 그런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하면 대통령이 알아서 하지 않겠냐”고 했다.
설전도 이어졌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지금이라도 즉각적으로 내려와야 한다”며 “이제 윤석열 씨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지금 (윤 대통령을) 당장 출당시키는 것은 한마디로 배신의 정치다. 출당·제명을 시키는 순간 ‘배신의 정치’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함부로 내란죄 자백을 운운하는 한 대표의 언행은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벌써 탄핵 이후 책임 공방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탄핵안 가결 이후 지도부 책임론이 일며 한동훈 지도부 전체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며 “한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우리가 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을 주장했는데, 우리에게 무슨 책임이 있느냐’며 반발할 명분을 쌓은 것 아니냐”고 했다. 반대로 친한계에선 “한 대표는 계엄 때부터 일관되게 조속한 직무정지를 주장했다”며 “사고를 친 대통령과 이를 비호한 친윤들이 한 대표 보고 거취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향후 장동혁 최고위원의 선택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탄핵 반대’를 주장해 온 장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상 장 최고위원과, 친윤계 최고위원 3명(김민전 김재원 인요한)이 함께 사퇴하면 한동훈 지도부는 해체된다. 다만 장 최고위원은 12일 취재진과 만나 “여러 상황 변화가 있어서 당에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