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별 최고의 주인공을 가리는 골든글러브를 받은 외국인 선수는 4명이었다. NC 다이노스 카일 하트(투수),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이상 외야수), 그리고 1루수 오스틴. 하지만 13일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선수는 오스틴이 유일했다. 시즌 종료 후 한 달 이상 지난 뒤 열리는 만큼 외국인 선수들은 대리 수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오스틴도 지난해 시상식엔 불참해 뒤늦게 트로피를 받았다.
올해는 달랐다. 오스틴은 12일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시상식에 참석한 뒤 14일에 미국으로 떠났다. 시상식만을 위해 2박 3일을 보낸 것. 멋진 정장을 입고 황금장갑 트로피를 받은 오스틴은 "시상식만 참석한다. 올해 초 팬들에게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면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아내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웃었다.
수상에 성공한 오스틴은 "아들이 많이 어려서 가족이 오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텍사스가 새벽 시간인데도 아내와 아이들이 시상식을 같이 봤다"며 기뻐했다. 미국에선 주로 외야수로 뛰었던 그는 "한국에서 최고의 1루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2년 연속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은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LG는 오스틴이 입단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썼다. 하지만 지난해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오스틴은 타율 0.313, 23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타를 휘둘러 우승에 기여했다. 올해도 타율 0.319, 32홈런 132타점의 좋은 성적을 냈다.
타점왕을 차지했지만, 100% 수상을 장담하긴 어려웠다. 경쟁자인 맷 데이비슨은 홈런왕(46개)에 올랐기 때문이다. 역대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타점왕과 홈런왕이 경쟁해 승리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오스틴도 "50대 50으로 생각한다. 받든 못받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높은 팀 기여도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까지 누렸다.
내년에 만 32세가 되는 오스틴의 꿈은 한국, LG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미 재계약도 완료됐다. 연봉은 2년 사이 40만 달러(약 5억원)에서 170만 달러(24억원)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오스틴은 "큰 목표는 LG에서 좋은 선수로 남는 것이다. 내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열심히 뛰면서 LG에서 끝까지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