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탄핵 지연 안돼" 헌재 겁박…與 "재판 지연은 이재명 주특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재촉하는 법안을 연이어 제출하고 있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16일 증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헌재 출석을 거부하면 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증인들이 불출석해 심리가 미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하는 경우 주어지는 벌칙도 강화하도록 했다. 이재명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같은 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기한을 180일에서 120일로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변호사 해임과 재선임을 반복하면서 심리를 지연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항도 넣었다.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17일 발의를 철회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잇따라 헌재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피선거권이 10년간 박탈되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270조에 따르면 선거법 재판은 1심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 따라서 선거법 재판이 마무리되기 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인용을 끌어내고 대선을 치르는 게 민주당과 이 대표 입장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민주당에선 최종심이 나오기 전 이 대표가 대선에서 이기면 ‘대통령 불소추 특권’이 적용돼 재판이 중단될 거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여권에선 “재판 지연은 원래 이 대표의 주특기 아니냐”며 ‘내로남불’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위원장은 16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거나,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를 수령하지 않는 등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킨다고 주장하며 서울고등법원에 재판 지연 방지 탄원서를 접수했다. 17일 이 대표가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제기한 ‘법관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져 재판이 중단된 걸 두고도 검찰은 “재판 지연”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재판 일정을 늦추려고 온갖 지연 전술을 쓰면서, 헌재에는 선고를 재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한 헌법재판소가 16일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리 절를 시작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김종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한 헌법재판소가 16일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리 절를 시작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김종호 기자.

 
민주당은 헌재 재판관 임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추천 몫인 민주당 2명(정계선·마은혁), 국민의힘 1명(조한창)을 채워 탄핵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헌재는 국회 몫 3명을 제외한 6인으로 구성돼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김복형·김형두·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헌재는 16일 “6인 체제로도 심리 변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구성으로는 보수 성향 판사까지 모두 인용(6인 이상 찬성) 결정을 내려야 윤 대통령이 탄핵되는 만큼 “다소 불안하다”는 것이 민주당 측 분위기다.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한규 의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여당이 인사청문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을 제외한 (야당) 위원끼리 위원장을 선출하고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내정된 위원장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다. 민주당은 위원장이 정식 선출되진 않은 만큼 최연장자가 맡는 ‘임시 의장’을 내세워 민주당 소속으로 위원장을 바꿔 청문회를 강행하는 카드도 염두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