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럽으로 인성교육"…女축구팀 만들어 학폭 없앤 선생님

송린초 여자 축구팀이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 박성환 송린초 교사 제공

송린초 여자 축구팀이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 박성환 송린초 교사 제공

등교 시간마다 학교 앞에서 무리 지어 다니는 여학생들이 있었어요. 이 학생들로 축구팀을 결성해 3달 뒤 열리는 지역 대회에 나가기로 했어요. 서로의 실수를 탓하지 않고 ‘원팀’으로 품어주는 걸 목표로 뛰었죠. 그러다 보니 학교폭력 우려도 잠재우고 준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도 얻었어요.
 
올해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대상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박성환 송린초 교사의 얘기다. 학교, 지역사회의 인성교육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시작된 인성대상은 교육부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며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박 교사는 “어린 시절 학교 가기 싫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등굣길을 즐겁게 만들어 주기 위해 아침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한 게 인성 교육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등굣길 버스킹 공연도 주최하고 있다. 신청함에 자신이 하고 싶은 공연과 이름을 적어 넣기만 하면 무대에 설 수 있다. 그는 “무대에 서는 경험은 학생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며 “교실에서 다소 주의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듣던 한 2학년 학생은 매주 마라탕후루, 나루토 등 쇼츠로 유행하던 댄스 챌린지 공연으로 인기를 끌더니 오히려 교실에서는 의젓한 모습으로 변하더라”고 했다. 

한문 교육, 명작 활용해 인성 가르친 교사들

 
올해 인성대상에서는 다양한 인성교육법을 활용한 수상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개인 부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상을 수상한 성창민 남춘천중 교사는 자신의 전공인 한문교육을 활용해 ‘1일 1사자성어’ 가르치기를 매일 실천했다. 매일 논어 등에 나오는 사자성어와 뜻을 종이에 인쇄해 학급함에 넣어두면 동료 교사들이 이를 들고가서 학급 앞에 게시하는 식이다. 한문이나 사자성어를 활용해 덕담 써주기 수업을 하거나 SNS에 댓글로 사자성어 달기 챌린지를 하기도 했다.  

성창민 교사 자리에 붙어있는 한문 카드. 본인 제공

성창민 교사 자리에 붙어있는 한문 카드. 본인 제공

 
성 교사는 “한문 기록 속에는 현대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며 “급훈을 사자성어로 정한 동료 교사, 한문으로 된 좌우명을 책상에 붙여둔 아이들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상을 수상한 김경애 서울 목동초 교사는 명작 도서를 인성 교육에 활용했다. 김 교사는 지난해부터 도덕 수업 시간에 한 학기 동안 책 한 권을 읽으며 생각을 나눠 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함께 읽으며 매시간 인상 깊었던 장면, 문장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식이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도둑 집단에서 자란 올리버가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타락하지 않고 긍정적인 신사로 자라나는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은 주인공 올리버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일인양 같이 화내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응원하기도 하면서 작품 속으로 빠져들었다”며 “소위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무기력해졌던 아이도 이 수업 후엔 올리버의 힘든 삶을 떠올리며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해야겠다’고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12회 대한민국 인성시민 교육대상 시상식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에서 열려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권필 중앙일보 사회정책팀장, 김학철 연세대 교양교육연구소장, 이덕주 전인교육학회장, 박미숙 구지중학교 교장,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늘봄지원국장, 성창민 남춘천중학교 교사, 박성환 송린초등학교 교사, 백일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김경애 서울목동초등학교 교사,이대혁 전북삼기초등학교 교사. 김성룡 기자

제12회 대한민국 인성시민 교육대상 시상식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에서 열려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권필 중앙일보 사회정책팀장, 김학철 연세대 교양교육연구소장, 이덕주 전인교육학회장, 박미숙 구지중학교 교장,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늘봄지원국장, 성창민 남춘천중학교 교사, 박성환 송린초등학교 교사, 백일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김경애 서울목동초등학교 교사,이대혁 전북삼기초등학교 교사. 김성룡 기자

한편 올해 인성대상은 총 8팀의 수상자가 나왔다. ▶교육부 장관상 박성환 교사,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개인, 단체 순) ▶중앙일보 사장상 이대혁 전북삼기초 교사, 연세대학교 교양교육연구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상 김경애·성창민 교사, 구지중학교와 전인교육학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