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백화점과 마트는 지난해보다 할인 판매 물량을 늘려 소비 심리를 되살린단 전략을 내놨다. 사진 롯데백화점
설 연휴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유통 업계가 명절 선물 판매에 돌입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사전 예약 할인을 늘려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살리겠단 전략을 내놨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선물 세트를 눈여겨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은 내년 설 연휴(1월 28~30일)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20일부터 시작한다. 롯데백화점은 한우·과일·주류 등 230여개 품목을 다음 달 5일까지 최대 60% 할인해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9일까지 명절 선물 상품을 사전 예약으로 각각 최대 60%, 30% 할인해 판매한다. 백화점 3사는 불경기에 씀씀이를 줄인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지난해보다 할인 판매 물량을 10~20% 늘렸다고 밝혔다.
백화점 3사는 20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사전 예약 할인 판매를 시작한다. 주요 인기 품목을 최대 30~60% 할인해 판매한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백화점 업계는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용량과 가격 부담을 줄인 프리미엄 먹거리들을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한우 중량을 2㎏에서 1.6㎏으로 낮춘 대신 주요 스테이크 부위만 고른 ‘로얄 한우 스테이크 기프트’를 출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정 산지 직거래로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인 ‘셀렉트팜’ 과일 세트 시리즈를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부터 실속형까지 인기 선물세트 200여 종을 할인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는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소용량 프리미엄 제품을 내놨다. 사진 현대백화점
대형마트는 백화점보다 더 발 빠르게 지난 12, 13일부터 설 선물 예약 할인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한우와 수산물을 10만원 미만에 판매하는 가성비 세트를 내놨고, 롯데마트는 3만원대 인삼·곶감·견과 세트 등 800여개 품목을 사전 예약으로 판매한다. 홈플러스도 굴비·김·버섯·식용유 등 일부 선물세트의 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해 할인 효과를 노린다.
대형마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저렴한 실속 선물세트를 내놓거나 일부 선물세트 가격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동결했다. 사진 홈플러스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명절 선물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서울 강서구 주민 김모(58)씨는 “할인할 때 사려고 과일 세트를 알아보고 있다”라면서도 “고물가 시대에 차례상부터 세뱃돈까지 명절 비용 부담이 클 것 같아서 선물은 최소한으로만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물가수준을 고려한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월평균 375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382만4000원) 대비 1.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이 오르는 속도보다 물가 인상 속도가 더 빨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줄었단 의미다.
고물가에 실질소득 ‘제자리 걸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전문가들은 할인 마케팅이 소비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적 혼란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소비 심리가 굉장히 위축된 상황”라며 “적극적인 할인 행사로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사가 잘된다면 굳이 할인할 필요가 없는데, 할인을 늘린다는 건 그만큼 기업이 내수가 안 좋을 거라고 전망한단 의미”라고 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