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1기 신도시 이주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달 1기 신도시에서 처음 재건축에 들어갈 3만7000여가구의 선도지구를 발표했다. 분당(1만948가구), 일산(8912가구), 평촌(5460가구), 중동(5975가구), 산본(4620가구)과 별도 연립주택 정비구역(1369가구) 등이다.
선도지구는 내년 특별정비구역 지정→2026년 관리처분계획 인가→27년 이주·철거, 첫 착공→30년 첫 준공 목표로 진행한다. 문제는 27년쯤 5개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서 3만여 가구가 넘는 이주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관건이었다. 일시적으로 이주 수요가 급증하면 1기 신도시 전·월세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주변 생활권에서 이주 수요 상당 물량이 전·월세로 흡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1기 신도시 인근에서 진행 중인 기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 등이 들어서면 선도지구 이주 수요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정우진 도시정책관은 “2016~18년 경기 과천시 2기 재건축 때도 5000여 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했지만 인접한 안양 등에서 약 8000가구의 신규 물량이 공급됐다”며 “안양에서 이 이주 수요를 흡수해 전세시장이 안정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재건축 선도지구 이주가 시작되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입주 물량을 파악한 결과, 1기 신도시 내외(반경 10㎞ 이내)에서 연평균 약 7만 가구의 신규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같은 기간 5개 신도시의 연평균 이주 수요 3만4000가구를 웃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주 수요 흡수만을 위한 이주단지를 별도로 건설하지 않겠다는 게 국토부 방침이다.
다만 지역별로 보면 시기에 따라 분당 등에선 일시적으로 주택 수급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우진 정책관은 “일산·중동은 주변 입주 물량이 충분할 것으로 추산됐다”며 “그러나 분당은 기존 성남 원도심 정비사업과 선도지구 재건축까지 더해져 2028년~29년쯤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본·평촌도 주변 정비사업 물량은 충분하지만 사업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공급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분당은 성남시 중앙도서관 인근 보건소 이전 부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분양주택을 지어 2029년까지 1500가구를 확보하기로 했다. 야탑역과 이매역 사이에 위치해 교통 접근성이 좋다. 이 곳을 분당 이주 주택으로 먼저 활용한 뒤 추후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공공분양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투기성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2026년 12월22일까지 2년간 이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평촌·산본은 인접한 경기 군포시 당정 공업지역 정비사업을 서둘러 2029년까지 2200가구를 확보키로 했다. LH가 이미 매입한 곳으로 부지 일부를 민간에 매각해 민간 분양·임대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 밖에 2곳 유휴부지를 지자체와 협의 중으로, 해당 부지를 활용해 추가로 4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주 수요를 1기 신도시 내 기존 정비사업을 통해 흡수하는 걸 기본 원칙으로 삼은 만큼, 기존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정 도시정책관은 “국회를 통과한 재건축 패스트트랙 적용으로 정비사업 입주 시점을 앞당기고, LH 등 공공기관의 신축 매입도 매입액의 3~5%를 착수금으로 지급해 조기 착공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또 1기 신도시 정비사업과 타 정비사업의 관리처분 시기를 조정해 이주 수요를 분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부 계획은 1기 신도시 주변의 기존 정비사업이 순항을 한다는 전제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주변 정비사업이 잘 돼서 신규 입주 아파트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이주 수요를 전·월세로 흡수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2년 넘게 공사비가 급등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정비사업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만 해도 공사비 인상 이슈로 정비사업이 멈춰선 단지가 적지 않았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1기 신도시 초기 이주시기에 전세시장 불안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도지구 재건축 일정을 무리하게 진행하기보다 유연하게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가장 중요한 건 선도지구 초기 단지가 정부가 정한 시간표에 맞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주민 간 이견으로 차질이 빚어지면 다른 대책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