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된 ‘남남’
혈연이 맺어준 가족은 아니다. 한영수와 백철희는 어린 시절 특수교육대에서 만나 안소진 대위(진서연)에 의해 인간병기로 키워지다 탈출에 성공했다. 특수교육대를 나오며 구출한 갓난아이들을 쌍둥이 자식으로 삼았고, 탈출을 도와준 백강성을 아버지라 부르고 있다. 사회로 나와서는 수의사가 되어 동물병원을 함께 운영한다.
각본을 쓴 김정민 작가는 “친부모에 버림받은 아이들 뉴스를 보면서 ‘가족이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가족 개념이 무너진 세상이 떠올랐다.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진짜 가족이 되어보려고 애쓴다면 정말 가족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고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연출은 영화 ‘보이스’의 김곡·김선 형제 감독이 맡았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겁지만, 이야기는 진지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별난 개인이 모여 가족을 이뤄가는 과정을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냈다. 대표적으로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한영수가 있다. 특수교육대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아 감정이 메마른 인물임에도, 쌍둥이 앞에서는 웃는 얼굴을 연습해 보여준다. 백철희는 아내가 시키는 아빠 노릇을 충실히 수행하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 아빠로 거듭난다.
할아버지 백강성은 “피도 안 섞였는데 무슨 엄마”라고 말하는 손녀 백지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가족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사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연쇄 살인 용의자 정호철(김중희)을 끌어들이고, 온가족이 합심해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모양새를 만드는 황당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김 작가는 “완벽한 히어로가 아닌, 사회성이 부족하고 어딘가 빈틈이 있는 가족들을 앞세워 코미디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정감이 가고, 피식 웃음이 터지는 그런 모습이 이 가족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통쾌한 응징’에 초점
한영수는 딸의 사진을 이용해 성 착취물을 제작해 협박한 조규태부터 처벌한다. 조규태의 허벅지에 ‘죄’라고 쓴 후, 그 부분을 도려내는 잔혹한 사적 제재다. 실제로 허벅지에 칼을 댄 것은 아니다. 상대의 뇌를 해킹하는 능력을 사용해 그러한 트라우마만 심어주는 방식이다. 피가 튀는 잔인한 장면도 꽤 등장한다.
하지만 잔인한 동시에 통쾌하다. 김 작가는 “가해자에 집중해 나쁜 놈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다만 사적 제재도 엄연한 범죄이므로 한영수 또한 분명히 대가를 치른다”고 결말을 귀띔했다. 시즌2 제작에 대해선 “배우들을 다시 모으기가 쉽진 않으나,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할 수도 있다. 혹시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한영수의 과거가 드러날 것 같다. 지금은 쫓기는 신세인데 다음 시즌에서는 추격자가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