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자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고 있다. 이수정 기자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오전 11시. 서울시 은평구 한 대형마트 완구 코너 앞에 엄마·아빠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6살 난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 마트에 들른 김민정(43)씨는 ‘캐치 티니핑’ 코너에서 한참 동안 선물을 골랐다. 김씨는 “아이가 이 만화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 부모도 주인공 이름을 다 외울 정도”라며 “제일 인기 있는 오로라핑은 이미 구할 수 없고, 다른 티니핑 선물을 포장해 내일 아침 산타의 선물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유통업계에는 ‘큰손’으로 떠오른 키즈 손님 붙잡기 전쟁 중이다. 대형마트는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를 끌며 오픈런까지 부른 완구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백화점은 키즈 전문관을 리뉴얼하고, 호텔업계는 ‘산타’를 초빙하는 등 아이 손을 잡고 나올 부모·조부모 등 텐포켓(한 명의 아이를 위해 10명의 어른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는 뜻)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요즘 대세 티니핑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 행사 완구류가 준비되어 있다. 이마트는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을 앞두고 20일부터 26일까지 먹거리ㆍ장난감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2024.12.19 mj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홈플러스는 23일 전국 점포에서 캐치티니핑 ‘오로라핑캐슬하우스’ 1200개를 판매했다. 입고 당일 강서점, 성서점, 울산점, 경주점 등 주요 점포에서 확보 물량이 완판됐다. 이마트는 지난 19일과 21일 두 차례 이 상품을 판매했는데, 오픈런을 할 만큼 인기가 뜨거웠다. 이마트 완구코너 직원은 “지난 토요일 매장문을 열 때 고객센터에서 번호표를 나눠줬는데, 수십명 고객이 줄을 섰지만, 물량이 없어 40번대까지밖에 못 줬다”고 말했다.
티니핑 상품 품절안내문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완구코너에 '슈팅스타티니핑 오로라핑 캐슬하우스' 제품 품절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2024.12.23 ji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롯데마트도 23일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며 1인당 1개씩으로 구매 제한을 걸었다. 마트에서 3만9900원에 살 수 있는 제품이 품귀 현상을 빚자 당근마켓이나 오픈마켓에서 3~7배의 웃돈을 붙여 20만 원대에 판매하는 사례가 생기는 등 구매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워커힐 호텔은 핀란드 공인 산타를 초청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 워커힐 호텔
성탄을 맞아 산타클로스를 모신 호텔도 있다. 워커힐호텔은 19일부터 25일까지 ‘키즈 산타 빌리지’를 꾸미고 핀란드 공인 산타를 초청해 어린이 고객에게 선물을 주는 행사를 연다. 이 호텔 산타 숙박 패키지나 빌리지 입장권을 구매한 고객만 참여할 수 있는데, 지난 19일 기준 어린이 고객만 1020명이 모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올해 크리스마스 기획 공간을 10층에서 키즈관이 있는 5층으로 옮겼다. 24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아동관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백화점도 ‘어린이 모시기’에 한창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점포 10층에 꾸렸던 ‘크리스마스 마켓’을 올해는 5층 아동관으로 옮겼다. 대형 곰 인형이 자리 잡은 포토존과 서커스 테마로 꾸며진 마켓에는 주중 3000여명, 주말에는 1만명의 고객이 들를 만큼 인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이 동반 고객이 많이 찾는 점포라 더 많은 고객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추억을 쌓으시라는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기획 행사 장소를 키즈관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소공동 본점 7층 키즈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자녀를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VIB(Very Important Baby) 수요를 고려한 ‘프리미엄 키즈관’이 콘셉트다. 프랑스 아동복 브랜드 봉쁘앙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몽클레르 앙팡’ ‘펜디 키즈’ 등이 문을 연다. 리뉴얼 오픈일인 20일에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직접 키즈관을 찾아 전 층을 누비며 리뉴얼 결과를 체크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의 프리미엄 아동 제품군을 강화했다. 지난해 이 백화점 수입 아동복 매출은 15% 증가해 일반 아동복(2.2%) 성장률의 7배를 웃돌았다. 아동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통업체 관계자는 “불황에 지갑을 닫은 30·40대 소비자가 유일하게 돈을 쓰는 곳이 아이 제품”이라며 “저출산에도 키즈 상품은 식지 않는 큰 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