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반도체 국제 전시회에 차려진 중국 반도체 위탁제조 기업 화홍그룹의 부스. A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덤핑(저가 판매)’에 철퇴를 들고 나섰다. 중국이 태양광·전기차 산업에 이어 반도체에서도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투입해 저가 공세로 경쟁자를 몰아내고 있으니, 증거를 잡아 고(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의 전선이 인공지능(AI)용 같은 첨단 분야에서 차량·가전용 범용 분야까지, 방식도 수출 제재에서 관세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번 조사 대상은 범용 시스템 반도체 위주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위협하는 중국산 저가 메모리는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의 제재와 중국의 공세 사이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중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반도체, 태양광처럼 되지 않게’

김주원 기자
범용 반도체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진 않지만, 미사일에서부터 세탁기에까지 두루 쓰이는 ‘산업의 쌀’과 같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철강, 선박, 태양광 패널, 전기차 저가 제품을 시장에 쏟아내자 미국과 여러 나라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어 문을 닫았고,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라며 “미국 관료들은 반도체가 그다음 차례가 될 것을 우려한다”라고 보도했다.
‘中 반도체 관세 60%’ 트럼프 공약 현실 되나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자국 반도체 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자기모순”이라며 “중국의 권익을 단호히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韓 주력 메모리, 美 관심 밖…韓, 전략 다시 짜야
반도체 생산·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맡겼던 한국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트럼프 정부와 중국의 반도체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협상이 불발돼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 고관세를 매기면,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 생산품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경제성을 따져 중국에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칫 회사 전체가 미국의 제재를 당할 우려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 자체 공급망 확보는 시급해졌다. 권 교수는 “한국 반도체 제조는 여전히 해외 소재·부품·장비 의존도가 높다”라며 “이를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에 한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소부장의 생산기지를 유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