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쇼크' 이어 '분양 쇼크'…내년 분양물량 15년 만에 최저치

25일 서울 시내 아파트 신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25일 서울 시내 아파트 신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경기 침체 여파로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내년 건설사들의 분양 물량도 예년에 비해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이라면, 분양 물량은 공사를 거쳐 2~3년 뒤 시장에 나오는 주택이다. 입주·분양 물량이 동시에 줄고 있다는 건 경기 침체 여파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가 뛰면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공사비 급등 등 건설 경기가 직격탄을 맞았고, 그만큼 아파트를 덜 짓고 있다는 얘기다. 

25일 부동산R114가 25개 주요 건설사의 내년도 분양 물량을 조사한 결과,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6130가구(민간아파트 분양 기준·임대 포함)가 분양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아직 분양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GS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의 물량 일부(1만1000여 가구)는 빠져 있다. 하지만 이를 더해도 총 15만7000여 가구에 그친다. 2000년 이후 분양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0년(17만2670가구)보다 적은 수치로,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6년 이후 연평균 분양 물량은 26만8000여 가구였다. 예년보다 10만 가구 이상 적은 것이다. 올해는 22만2000여 가구가 분양됐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 물량은 2∼3년 이후 입주 물량이 된다”며 “내년뿐 아니라 2~3년 뒤에도 입주 물량이 적다는 것으로 주택 공급 우려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탄핵 정국까지 겹쳐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이는 원자재 수입 등 공사비 인상 요인이 될 수밖에 없어 공사할수록 자칫 손해가 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경기 상황에 따라 이미 잡아둔 분양도 미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6만3330가구로 올해(36만4058가구)보다 28%(10만728가구)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부동산R114). 입주 물량 역시 2014년(27만4943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특히 수도권 물량의 상당량을 책임지는 경기도에서 4만6000여 가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내년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 가구(인허가·착공 합산)의 건설형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또 공공 공사비 인상 등 최대한 건설사들의 착공을 유도하는 등 시장 불안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현재로선 공공 부문이라도 발주를 늘려 시장에 주택 공급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다만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민간 아파트 공급이 줄고 있는 건 피하기 어려워 일정 부분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