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은은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경제 상황 변화에 맞추어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통화신용정책 운영방안은 물가흐름을 비롯해 경기상황, 금융안정 측면 등을 고려한 한은의 내년 기준금리 운용 전략이다. 내년 한은의 통화정책 초점이 물가에서 ‘경기 부양’으로 옮겨간 게 특징이다. 한국 경제가 계엄ㆍ탄핵사태 등으로 불안하고, 트럼프의 고관세 위협 등 통상환경 변화로 내년 1%대 저성장(전망치) 진입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 1월 16일에 금리 인하를 택한다면, 올해 10월과 11월에 이어 ‘3연속 인하’다. 금리를 연속으로 3회 이상 낮춘 건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2월까지 6회 연속) 이후 처음이다. 다만 한달 뒤인 내년 2월이 유력할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내년 1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이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정책을 확인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달 추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은 커지지만, 통화정책 여력은 줄고 있다는 게 문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란 예고에 달러대비 원화가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락한 게 가장 큰 변수다. 원화값은 이달 24일 주가 종가기준 1456.4원으로 연초(1300.4원)대비 156원(12%)이나 급락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가장 낮다. 내년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중단된 상황에서 한은이 인하에 나설 경우 외국인 이탈로, 원화가치 하락을 더 압박할 수 있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다시 가계 빚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은엔 부담이다. 25일 박성훈 의원실(국민의힘)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05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2021년 1분기 말(9054만원) 처음 9000만원을 넘은 뒤 3년 6개월 만에 평균 500만원가량 대출 잔액이 늘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이 녹록지 않아,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리 인하는 수입물가 자극 등 변수가 많다”며 "당장 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경기 부양을 위해선 정부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