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1000억달러(약 140조원)의 통 큰 투자를 약속한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AI 야망에 전 세계가 다시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마러라고에서 진행한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입장해 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엔비디아 대항마로 입지를 키우려면 고급 인력과 기술력 확보, 연구개발(R&D) 투자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높은 데다, 그의 매직이 AI 칩 분야서도 먹힐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손 회장이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투자에 성공했을지 몰라도 반도체 제조에선 시험대에 올라본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써밋 재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소프트뱅크와 협력한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엔비디아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자금 확보보다 더 큰 장애물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짚었다. 생성AI 경쟁에 가장 앞서 있는 오픈AI는 고작 1372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자리 창출 10만개 약속’을 이행하려면 오픈AI 같은 규모의 AI기업 73개를 만들어야 한다. AI 산업은 특성상 소수의 고임금 인력에 의존하기에 제조업 같은 대규모 고용 창출이 어렵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대만 전자 제조업체 폭스콘의 투자 사례가 미국의 기대에 못 미쳤고 일자리 창출도 계획보다 미진했던 것처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손 회장이 중요한 시점에 시대 흐름을 읽어 과감한 투자를 해왔고 성공한 경험이 있기에 큰 마중물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일본이 반도체 부활을 꿈꾸며 정부 차원서 천문학적 자금을 쏟고 있는 터라 이런 흐름과 맞물려 그의 재기에 주목하고 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손 회장이 제시한 큰 비전 중 실패도 있지만 AI와 반도체를 결합하려는 그림이 포트폴리오에 있고 이 판을 크게 벌리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라며 “미국 중심으로 AI 반도체 판을 바꿔보려는 의미 있는 선언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