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전화기 너머로 짱구 엄마 봉미선의 목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음성이 들려주는 한 마디에 얼어붙은 마음이 순간 녹아내린다.
이 특별한 전화 한 통은 한화손해보험이 지난 11월부터 시작한 ‘멘탈지킬건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멘탈지킬건대는 멘탈 관리법을 제공하는 가상의 대학교로, 입학생에게 멘탈력 자가진단 테스트, 고민 상담 유튜브 콘텐트를 제공한다. ‘멘탈 리프레시 콜’도 이 중 하나로, ARS 번호로 전화를 걸면 위로의 한마디를 들을 수 있다.
1인 가구 62% 외로움 느낀다…‘외로움 경제’의 등장
이를 반영한 서비스가 생겨나기도 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소비 패턴을 말하는 이른바 ‘외로움 경제’의 등장이다. 미국에선 고립된 삶을 사는 사람을 위한 포옹 전문가 서비스 ‘커들리스트(Cuddlist)’가 나타나고, 코로나 이후엔 외로움을 달래는 ‘켈리토이(Kellytoy)’의 ‘스퀴시멜로’ 인형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토머스’가 누적 투자금 335억원을 유치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외로움 경제 소비 패턴은 이제 오프라인 커뮤니티∙로봇 반려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는 “젊은 세대는 결혼과 취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노인 세대는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면서 전 세대에 걸쳐 우울증과 외로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외로움을 마케팅으로 한 서비스는 더욱 인기를 끌면서 앞으로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짚었다.
사회 문제 해결 동시에 브랜딩 기회…민관협력으로 윈윈
외로움이 사회적 질병으로 여겨지면서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2018년 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외로움에 대응해야 한다며 ‘외로움 장관’을 지명했다. 그러면서 민간조직 ‘조콕스위원회(Jo Cox Commission)’도 구성돼 영국의 외로움 정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영국 민간 기업들은 이웃과 함께 점심 먹는 ‘빅런치(The Big Lunch)’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 대학 및 협의회와 협력해 외로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스코틀랜드 정부도 민간 부문 지도자를 모아 외로움 문제를 논의하는 장관 주제 원탁회의를 연다.
교보문고는 자체적으로 만든 문장 수집 플랫폼 ‘리드로그’와 연결해 독서를 통한 마음 다스림 챌린지를 준비하고 있다. 당근은 로컬 커뮤니티 특성을 살려 ‘당근 모임’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망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hy는 고립 가구에 건강음료 배달서비스를 하면서 현장을 확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각각 사회공헌 성격을 띠면서도 기업의 주요 서비스와 연결해 기업 브랜딩 기회로도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