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12·3 비상계엄을 건의하기 전 한덕수 국무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먼저 보고했다”고 26일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은 “허위 사실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즉각 반발했다.
김용현 “총리 사전보고”…한덕수 “허위 사실” 공방
김 전 장관 변호인단 이하상·유승수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장관이 사전에 국무총리에게 보고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계엄법 2조6항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계엄의 절차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취지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를 마친 후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무총리비서실은 즉각 발끈했다. “한 대행은 이미 국회에서 여러 차례 증언한 바와 같이 12월 3일 오후 9시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직접 듣기 전까지 관련한 어떤 보고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면서다. 그러면서 “허위 사실을 주장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정당한 대응 조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오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임석하기 직전 한 총리에게 먼저 계엄 이야기를 하여 총리를 거친 다음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정정했다.
이같은 해명에 대해서도 총리비서실은 “한 대행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에 대해 일체의 말을 들을 적이 없다”고 재차 반박했다.
김용현 “尹 잘못 없다” 옹호…尹 연결고리 끊기 주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인 유승수(오른쪽), 이하상 변호사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장관 측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적법·정당한 통치행위로 내란이 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계엄의 목적은 ▶당대표 방탄·탄핵 남발·예산 폐지 등 국회의 ‘정치 패악질’에 대한 경종 ▶부정선거 의혹 규명 ▶종북주사파 등 반국가세력 정리였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 측은 “당초 목적 달성마저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최소한의 병력만을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했다. 사상자가 전혀 없었고, 계엄 해제 이후 각 지휘관의 통제 하에 (계엄군이) 질서 있는 철수를 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3일 자정 무렵 김 전 장관에게 국회의원 출입이나 의사 활동을 막지 말라고 명확히 지시했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이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의원을 막으라는) 전화를 여러 번 했다는 진술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김 전 장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계엄 기획자’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라며 “블랙 요원 관리에 능통해 김 전 장관이 적법한 범위에서 자문을 구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풍 공작 의혹 등이 적힌) ‘노상원 수첩’은 지극히 노 전 사령관의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일로 김 전 장관은 아무런 관련도 없고, 특히 윤 대통령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해서는 “체포조가 운영된 것은 사실이나 체포 명단은 없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당직자는 포고령 1조가 금지하는 ‘정치활동’ 예상자들로, 예상자들에 대한 예방 활동 지시를 명확히 하지 못한 것은 김 전 장관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다만 김 전 장관 측은 포고령·담화문·계엄선포문 등 계엄 관련 문건 작성에 관해서는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대부분의 내용을 김 전 장관이 작성했고, 대통령이 이를 검토하고 일부 수정했다”면서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문구 등을 수정한 것 이외에 실제 내용을 수정한 것은 ‘통행 금지’ 조항 삭제 단 하나"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은 계엄을 사전 모의·주도한 배후 세력이라는 의혹을 받는 ‘정보사 수사2단’ 결성을 지시했다는 점도 사실상 시인했다. 김 전 장관 측은 “해외 선거조작은 정보사령부, 국내 선거조작은 방첩사령부 식으로 임무를 나눠서 부여했으나 국회의 요구로 계엄이 해제돼 실제 수사는 실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檢 “김용현, 내란죄 충분”…27일 기소할 듯
반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 등 혐의가 입증된다고 보고 이르면 27일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특수본 출범 이후 약 3주 만의 첫 기소다. 지난 8일 새벽 검찰에 자진출석해 긴급체포된 김 전 장관의 구속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