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예비조사를 통해 추락한 자국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던 여객기는 도중에 갑자기 항로를 변경했고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WSJ는 "러시아가 해당 여객기를 자국 영공으로부터 우회시키고 GPS(위성항법 시스템)를 교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등 67명이 탑승했는데 이 중 38명이 숨졌다. 생존자 29명 중 11명도 크게 다쳐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러시아 격추설은 예비조사 전부터 제기됐다. 여객기가 지나던 러시아 북캅카스 상공은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드론(무인기) 공격의 표적이 됐던 지역이었다.
실제 추락 현장 사진을 보면 비행기 앞부분 절반은 파괴됐지만, 꼬리 쪽은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다. 특히 꼬리 쪽에는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맞아 생긴 듯한 충돌 자국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격추설'을 일축했다. 26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재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론이 나오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사고 여객기가 비행 중 새 떼와 충돌해 추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조사 위원회 위원장인 카나트 보짐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도 "우리는 러시아나 아제르바이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제르바이잔 측의 예비조사 결과대로 러시아 미사일이 여객기 추락의 원인이라면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단 뜻이다.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실용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간 아제르바이잔이 러시아로 가는 서방 물품의 창구 역할을 해온 만큼 양국 관계 악화는 러시아 측에 뼈아픈 부분이 될 수 있다.
카네기멜런 유라시아센터의 자우르 시리예브 연구원은 WSJ에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의 사과뿐 아니라 조종사들의 착륙 요청이 거부되고 GPS가 교란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