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로 정화비 폭증”…도마 오른 환경부 불소 규제

토양 조사를 위해 흙을 채취하는 모습 자료사진. 중앙포토

토양 조사를 위해 흙을 채취하는 모습 자료사진. 중앙포토

 

토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불소가 상대적으로 낮은 위해성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관리 규제 탓에 정화 비용이 급증하고 있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7일 발간한 ‘토양 중 불소 관리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토양오염물질로 분류된 ‘불소화합물’을 자연기원 불소와 인공기원 불소(과불화화합물, PFAS)로 구분해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불소는 독성과 이점이 공존하는 물질이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불소는 과도한 섭취 시 면역체계를 손상시키고 백혈구 활동을 약화시켜 관절염, 요통,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 적정량의 불소는 충치를 예방하고 치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수돗물 불소화를 권장하고 있다. 국내 수돗물은 불소 농도를 0.8㎎/L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토양환경보전법’은 토양 내 불소화합물이 우려 기준을 초과할 경우 정화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규정은 주로 주택 건설 시 적용되며, 건설업계는 위해성에 비해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가 과도하다는 점을 들어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2018년 환경부가 ‘토양오염물질 위해성 평가 지침’을 정한 이후 정화대상 사업지가 늘면서 불소 정화 비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기준 2018년 불소 정화 비용은 약 2억 원이었으나 2022년에는 498억 원으로 늘어났다. 


“발암성 인공 불소 지침, 따로 마련해야”  

과불화화합물(PFAS) 오염이 일어난 미국 미시간주 반 에튼 크릭 댐의 2018년 6월 모습. AP=연합뉴스

과불화화합물(PFAS) 오염이 일어난 미국 미시간주 반 에튼 크릭 댐의 2018년 6월 모습. AP=연합뉴스

보고서는 환경부가 2002년 불소를 토양오염물질로 지정하면서, 위해성이 낮은 자연기원 불소와 발암성이 입증된 산업용 과불화화합물을 구분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자연기원 불소는 형석(CaF2)이나 빙정석(Na3AlF6)처럼 주로 중부지방 화강암 지대에서 발견되며, 지하수나 하천으로 이동하지 않아 위해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이 물질이 독성이 강한 산업용 과불화화합물과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문제를 반영해 최근 불소 토양오염우려 기준을 400㎎/㎏에서 800㎎/㎏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미국과 독일 사례를 들어 자연기원 불소에 대한 규제를 더 완화하고, 과불화화합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과 독일에서는 자연기원 불소의 경우 정화 조치가 아닌,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거나 판단하는 기준만을 제시한다.

27일 발간된 NARS 현안분석 보고서 ‘토양 중 불소 관리현황 및 개선방안’. 사진 국회입법조사처

27일 발간된 NARS 현안분석 보고서 ‘토양 중 불소 관리현황 및 개선방안’. 사진 국회입법조사처

 

과불화화합물은 독성뿐 아니라 반응성도 강해 자연기원 불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 보고서는 “산업화와 토지 이용 증가로 인해 인공기원 불소도 토양 속에 많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연기원 불소와 인공기원 불소를 함께 관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소를 강하게 규제하는 과정에서 정작 관리해야 할 인공기원 불소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